사투리

난 경상도 사람입니다.

by 오롯이

추석 연휴를 맞이해 딸들과 시간을 보낸다.

남들은 황금연휴라고 떠들썩하지만 우리는 평범하고 조용하다.

긴 연휴 일정을 이야기하던 중 외갓집에 간다고 하자 뜬금없이 갑자기 작은 딸이 이야기한다.


"엄마, 사투리 써봐."

"뭐?? 무슨 사투리?"

"안동 사투리지, 엄마 안동사람이잖아."

"갑자기 무슨 사투리야. 그리고 받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자연스럽게 나오지."


그렇다.

내 고향은 <선비의 고장 경북 안동>이고, 시집온 곳은 <교육의 도시 충북 청주>이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언어를 쓰지만 너무 다름을 느낀다.

안동 부모님과 청주 가족이 대화를 하면 서로가 말은 하지만 흐름상 표정을 보고 감을 잡아 이해한다.

그런데 거기에 작은집 작은아버지와 큰집 큰어머니까지 합세하실 땐 우리 남편과 아이들은

외국에 온 것 마냥 어느 순간부터는 나를 쳐다본다.

해석을 갈구하는 그 눈빛이란.... 너무너무 간절하지만 내 눈에는 웃펐다.

안동 마트에는 광고도 사투리다.

말도 빠르고, 억양도 세고, 사용하는 단어도 다르다 보니 대화가 길어지면 다들 의무감에 고개만 끄덕거린다.

정말 어려움은 다른 곳이 있다. 바로 전화 통화이다.

얼굴 표정을 못 보니 감을 잡을 수 도 없어서 정말 간단한 대화만 하고 끊는다.

그나마 딸들은 영상통화를 해서 다행이지만, 남편은 영상통화가 쑥스러워 어려워한다.

우리 집에 갓 장가를 온 남편은 나와 부모님의 대화를 듣고 화를 내지 말라면서 왜 부모님께 버릇없이 말하냐고 했었던 적도 있었다.

기쁜 소식은 막내 여동생도 충청도 남자와 결혼을 해 우리 남편은 동지가 생긴 것 마냥 신이 났었다.

사실 나도 어려움이 조금 있었다. 시댁에서 대화할 때 결론 답이 듣고 싶은데 빙빙 돌리고 돌리고 돌려서

결론이 뭔지... 인내심이 필요하다.

또 식사 약속을 잡으려면 며칠이 걸린다.

그래서 내가 찾아낸 방법은 몇 가지 선택지 제시하고 점점 좁히는 것이다.


<고기 vs 수산물>

<닭고기 vs 돼지고기 vs 소고기>

<구이 vs 수육>

<00 정육식당 vs 00 식당>


추석특집이라며 영화 <기적>를 방영하는 걸 우연히 보았다.

<기적>은 1980년대 변변한 교통편 하나 없는 시골 마을에 간이역을 만들겠다는 주인공들의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다. 고군분투하는 경상도 어느 마을의 실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것인데 안동사투리와 매우 흡사하다.

영화 <기적>

나는 둘째 딸을 불렀다.

둘째는 잠시 보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오오~안동할머니 말투다!"


그런데 딸은 보면 볼수록 흥미가 떨어진다. 못 알아들으니까 말이다.

쓰다 보니 하나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전라도가 고향인 학부모님과의 통화에서 서로의 고향을 확인하고는


"어머~선생님. 경상도인 거 전혀 티가 안 나세요."

"그런가요 어머니~어머니도 전라도인 거 몰랐어요."

했지만 그걸 옆에서 지켜보던 충청도 원장님 왈


"선생님, 경상도인 거 티 팍팍 나거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렇게 나는 충청도 안에 사는 경상도 아지매다.

나에겐 아직 지역색이 남았지만 그 또한 나이기에 바꾸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딸들아, 너희들도 적응하도록 하여라.

외국어는 아니잖니?!



첨언>

내가 결혼하던 2008년 상주-문의 고속도로가 개통했었다.

상견례 때 과속단속 카메라, 구간단속 카메라도 없어서 그냥 냅다, 달려오셨다는 아버님의 말씀에

우리 아빠는 이야기하셨다.


"우리가 사돈지간이 된다고 하니 편하게 다니라고 나라에서 고속도로도 만들어주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렇네요!"

"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


국도를 타고 2시간 넘게 다니던 길을 1시간 30분 만에 다니니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정말 우린 축복받았나 보다.

작가의 이전글각자에게 주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