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찾지 않는 나

이런 나를 알아챈 너

by 오롯이

2025년 12월을 보내고 있는 나는

다른 해보다 2025년을 더 잘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음을 느낀다.

조금 늦은 듯 또는 빠른 듯 하지만 나를 사랑해야 함을 깨달았고 나를 사랑하는 나름의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던 내 삶에 브레이크가 잡힌 것이다.

건강과 일, 맘 같지 않은 자식농사까지....

브레이크 페달을 있는 힘껏 밟고 있을 때

지인의 글을 보고 난 후, 나는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 같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취미 하나 만들어 보라'


"그래, 내 나이만 한탄할 수 없고 내 신세만 한탄할 수 없으니 내 살 길을 만들어 보자."


그렇게 세게 와닿는 무언가의 힘으로 앞이 아닌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중 하나가 <등산>이다.

처음 시작은 회피나 마찬가지였지만 등산을 하면 할수록 그 매력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정상을 오르는 여러 갈래의 길마다 매력이 다르고

특히 정상에 올라 가까워진 하늘을 보며 감탄하고

멀어진 평지를 보며 정복했다는 성취감이 너무 치명적인 매력이다.

미동산
내가 좋아하는 길
속리산
세 갈래 길이 만나는 지점
내가 좋아하는 길
양성산

그 와중에 오며 가며 보는 나무에 관심이 갔다.

내 남편은 조경과를 졸업해 건축회사에 조경기사로 일하고 있다.

뚜벅이 연애시절부터 수목원을 많이 다녔던 우리.

나무 이야기를 들려주던 그와 나무에 대한 호기심이 많던 나는 자칭 천생연분, 찰떡궁합, 환상의 짝꿍, 한 쌍의 원앙이었다.

벌레 다리같은 전나무잎
융단을 깐듯 우아하고 미끄러운 소나무잎
바삭하고 푹신한 참나무잎
내 발목을 잡는 아기 손같은 단풍잎

그러던 내가 혼자 등산을 간다.

무릎이 약한 남편.... 남편의 마음과 같지 않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혼자라 좋은 점도 있지만

나무에 대한 궁금증을 즉시 해결 하지 못함은

큰 아쉬움이다. 흔한 스마트폰으로 찍어 검색을 해도 좋겠지만 나에겐 익숙하지 않다.

나무같은 사람이 되고싶다.

그래서 이 책을 보기로 했다.

눈으로 글을 읽지만 내 귀에는 남편의 자상하지만

장난스러운, 자신감 넘치는 음성 지원이 되는 것 같다.

내게 너무 재밌는 나무이야기.


책을 보던 나에게 남편이 얘기한다.

"당신 요즘 바다 보고 싶다는 얘기 안 하는 거 알아?"

"내가?!"

"응, 내가 낚시 가면 부럽다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안 하더라"

".............. 그러네!!!"


그렇다.

바다를 좋아했던 나는 산을 다니고부터

바다를 찾지 않고 그리워하지 않았다.

내 사진첩은 산과 나무 사진들로 가득했다.


나는 곰곰히 생각해 본다.

넓고 파란 하늘이 끝없는 바다를 대신한 걸까?

티 없이 깨끗한 흰구름 한 조각이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대신한 걸까?

떨어진 낙엽이 셀 수 없는 모래알을 대신한 걸까?

간간히 불어준 산바람이 거센 바닷바람보다 다정했던 걸까?

콩알만 하게 보이는 여객기가

콩알만 하게 보이는 조업선 보다 여유로워서일까?


이런 나를 발견한 남편,

역시 우리는 천생연분, 찰떡궁합, 환상의 짝꿍,

한 쌍의 원앙이 분명하다.

(유치하지만 달리 표현 할 길이...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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