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했다. 공식적으로는 1월 31일 퇴사다. 대외적으로는 7일을 마지막으로 나가지 않는다. 내 sns에 엉망진창 빙글빙글이라고 적어뒀다.
말 그대로.
마지막 날에 누가(아마 인턴이) "보편적으로 봤을 때 여기는 힘든 곳인가요?"라고 물었다. 나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코로나 때문에 이렇게 힘들었던 건지, 그냥 여기라서 힘들었던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니면 그냥 나라서 힘들었나? 그리고 한 3일 지나서 다시 생각해보니(종종 이런다) 그 모든 이유는 필요없고 그냥 내가 힘들었으면 힘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다른 곳이 이 곳보다 힘들다고 해도 내가 이 곳에서 힘들면 이곳은 힘든 곳이 맞다고 생각했다. 직장이라는 게 아프리카에 사는 모모가 나이키 신발을 어쩌고 해서 500원 받고, 옆집 토토는 450원 받는다고 모모가 덜 힘들고 토토는 더 힘든 상대적인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냥 내가 힘들면 그 직장은 힘든 곳이다. 어떤 것은 비교평과되야하지만 직장은 비교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되야하는 게 아닐까. 그런 (일시적) 결론이 났다.
치매(인지기능저하증)에 걸린 건지 우울해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요즘 자꾸만 깜빡깜빡하고 그런 나 자신을 죽여버리고 싶다. 오늘도 중요한 시험이 있었는데, 신분증을 놓고와서 돈만 날렸다. 네가 할 줄 아는 게 뭐냐고 속으로 내 자신을 책망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 어쨌든 내 잘 못이라 탓할 곳이 없고 그걸로 내가 피해를 입으니까 기분도 안 좋다. 가끔씩 나는 이런 내가 되게 별로다.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과 만나서도 내가 나를 대하듯이 사람들을 쉽게 책망하게 되는 것 같다. 어릴 떄는 그냥 말을 최대한 하지 않는 것으로 대충 무마하려고 했는데 나이가 먹으니 그 짓도 어렵다. 나는 늘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흉내는 내보지만,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진 지금같은 때에는 그마저도 어렵다. 그래서 잠수를 타야지 생각 중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사람들이 생각하는 내가 다르다는 걸 알았다. 대학생 때 발표로 무대에 설 일이 있을 땐 종종 그런 걸 깨달았다. 내가 온 몸이 떨리도록 긴장해도,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아보였다는 말을 하는 걸 듣곤 했는데 내가 그렇게 포커페이스가 뛰어난가 생각한다. 아니면 다들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거겠지. 근데 또 의외의 부분에서 내 이야기가 돌기도 하고. 모르겠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하니까 정신이 없다. 차근차근하자고 계속 내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데 원래 성격이 좀 급한 것 같다. 그래도 계단을 밟아야지. 건물을 뛰어넘을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스펙이라는 게 얼마나 돈 드는 일인지를 깨달았다. 별 의미도 없는 자격증 하나가 50만원이라니. 물론 내가 개빡대가리짓을 해서 시험을 탈락한 게 이유지만. 시간과 돈은 한정적이고 기회는 얼마없고 하트 하나 남겨두고 게임하는 심정이다. 그리고 나는 이게 실패하리라는 걸 알고 있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