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마왕학원의 부적합자-1
해당 글에는 애니메이션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보신 분들에게 감상을 권하며 애니메이션을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스포일러가 상관없으신 분들만 읽어주세요.
4화. 마왕학원의 부적합자~사상 최강의 마왕인 시조, 전생해서 자손들의 학교에 다니다~ -1
첫 애니메이션을 쓰는 마음의 작품, ‘명탐정 코난’을 끝내고 나면 이제는 쉽게 다음 애니메이션을 쭉쭉 써나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만족스럽게, 라기보단 부족하지만 그래도 쓰고 싶은 마음을 담아 써나간 ‘명탐정 코난’ 화를 끝내고 나니 다음은 조금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 욕심은 쓰기도 전부터 어떤 애니메이션을 고를까, 에서부터 발동되었다. ‘명탐정 코난’이라는 워낙 대중적이고, 워낙 명작으로 첫 번째로 골라버렸으니 꼭 욕심이 아니어도 다음 타자를 부담을 품고 결정하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지도 몰랐다.
글을 쓴다고 해서 애니메이션이 닳는 것은 아니며 앞서 이야기했듯이 언제 또다시 썼던 애니메이션을 또 쓸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신중했다. 애니메이션을 쓰는 마음이라는 제목과도 같이 이 글은 내 사랑을 꺼내 놓는 일. 닳지는 않더라도 내비치는 것만으로 소모되는 마음이 있다. 소모되는 것보다 더 크게 돌아올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나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어쩐지 맛집은 나만 알고 싶은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지 않은가. 이기적이고 못된 마음일지라도 때로는 나만 알고 싶은 욕심이 드는 것이다. 그러다가 또 세상 사람 모두가 알았으면 하기도 하고, 또 나만 알았으면 하기도 하고. 나만 알아서는 맛집이 망해버릴 테니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또 나만 알았으면 싶은 욕심이 새록새록 드는 마음.
내게는 애니메이션에도 그런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사랑하는 마음이 넘쳐흐를 만큼 커서 쓰는 사람도 내 맛집을 공개할 때는 고민하고 마는 것이다. 그 안에는 나만 이런 멋지고 특별한 작품을 안다는 우월감도 있을 것이며, 나는 남들이 모르는 가치를 아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우월감도 있을 것이다. 또한 그 안에는 내 사랑은 이만큼 큰데, 남들에게 그만큼 표현을 못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을 것이며, 내 부족함으로 인해 내가 소개한 것이 이 멋진 맛집 작품에 먹칠하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을 것이다. 또 그 안에는 내가 남들이 모르는 가치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남들은 내가 모르는 비판점을 가지고 있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있을 것이며, 내가 떠드는 사랑을 남들은 아무것도 아니라 여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을 것이다. 이기적이고, 치사하고, 탐욕스럽고, 불필요한 걱정들인 것을 알면서도 나는 이 걱정들을 쉬이 떨쳐내지 못하는 인간이다. 그렇지만 나는 쉬이 떨쳐내지 못할 뿐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가며 살아가고 싶은 인간, 쉬이 떨쳐내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주저앉고 싶지는 않은 인간. 그렇기에 나는 이런 마음에도 오늘도 애니메이션을 쓴다.
그렇지만 그래도 여전히 지난 화에 단행본이 100권이 넘는, 지금도 연재하고 있는 코난이라는 대작을 쓴 만큼 또다시 대작을 쓰기에는 부담스러운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지난 화에 내가 사랑하는 애니메이션 작품 TOP 10안에 무조건 들어갈 작품인 ‘명탐정 코난’을 쓴 만큼 이번에는 조금 더 가벼운 작품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내 나름의 완급 조절이랄까? 원래 소년 만화도 메인 에피소드가 끝나면 일상편으로 좀 풀어주고 또 슬슬 빌드업 해나가다가 메인 에피소드가 나오곤 하지 않는가. 나도 그런거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아, 혹시나 이렇게 이야기하면 오해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생각해서 말을 덧붙인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마치 오늘, 그리고 앞으로 쓸 일상편과 같은 작품들은 대작이 아니다, 재미가 덜 하다, 작품성이 덜하다, 명작이 아니다, 같이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의미는 아니니 오해하시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다. 대작이 아니라는 의미에는 여러 의미가 있지만 코난 같은 분량이 어마어마한 작품이 아니라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 대부분 사람에게 명작 오브 명작으로 워낙 유명한 작품이 아니지만 숨겨진 명작이기에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작품성이나 작품의 인지도, 인기 등을 떠나서 작품의 소재 자체가 비교적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인 경우도 있을 수 있고, 그저 개인적인 기준으로 나 자신에게 의미가 깊냐, 비교적 깊지 않냐의 차이일 수도 있다. 한없이 부족한 나라서 내 기준은 정말 별거 아닌 기준일 뿐이고 내 기준 또한 나에게조차 작품의 순번을 정한 기준이 아니다. 그저 나라는 사람의, 나라는 사람의 어떤 시기에, 딱 맞춰 들어와 내 깊숙한 곳에 자리를 차지한 애니메이션일 뿐이지. 어떤 작품들은 처음에는 가볍게 본 것이 나중에 마음 깊이 꽂히기도 하니 지금은 그리 의미 깊게 보지 않았던 작품을 나중에는 어떻게 이야기할지는 모르는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어쨌거나 그 어떤 작품이 더 낫고, 별로고를 나눈 기준의 일상편과 메인 에피소드가 아니니 오해하지 않아 주셨으면 한다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나는 일상물을 엄청나게 좋아하니 더더욱 오해받고 싶지 않다. 메인 에피소드가 인생에 큰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하루하루 쌓아가는 일상 아니겠는가. 나는 그런 일상이 쌓여가는 형태를 사랑한다.
그래서 가져온 작품이 바로 ‘마왕학원의 부적합자~ 사상 최강의 마왕인 시조, 전생해서 자손들의 학교에 다니다 ~’이다. 일본 TV 애니메이션은 원작이 있는 작품일 때 주로 만화나 라노벨(라이트노벨 : 서브컬쳐에서 탄생한 장르문학이다. 소설 중간중간에 애니메이션풍 일러스트가 들어가 있다.)이 원작인 경우가 많다. 이 작품 역시 라노벨 원작으로 제목에서부터 라노벨 느낌을 팍팍 느낄 수 있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라노벨 느낌이란 ‘라노벨식 제목’이라고도 하는 문장형 제목이다. 사실상 로그라인에 가까운 제목의 유행 원인을 나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워낙 많은 작품이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제목만 봐도 어떤 소설인지 알고 궁금해하도록 하려고 한 의도가 있다는 말을 봤었다. 지금에 와서는 ‘라노벨식 제목’이라고 불릴 정도로 라노벨 안에서 유행이 되어 하는 선택일 수도 있겠다. 라노벨은 장르의 특성상 워낙 트렌드에 민감하게 시장이 돌아가고 그만큼 어느 콘텐츠 시장이든 매일 같이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현시대 안에서도 유독 더욱 많은 작품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일 것이다. 그 어떤 작품이든 제목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는데 특히나 라노벨 시장은 그 특성상 제목을 이용한 마케팅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가장 확실한 마케팅 효과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 로그라인으로 제목만으로 작품을 설명해주는 것이겠지. 다만 어느 작품이든 제목이 중요한 만큼 작가 역시도 제목 또한 자신의 작품 일부이고 욕심이 있을 텐데 모든 작가가 문장형 제목을 원하는 것이 아닐텐데 강제적인 선택지가 된 것은 작가로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실제로 아쉬움을 표현하는 작가들이 있다는 이야기도 보았다.
생각보다 길어진 ‘라노벨식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뒤로 하고 다시금 ‘마왕학원의 부적합자’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면 제목이 라노벨식 제목이라는 점도 눈에 띄지만, 제목의 길이만으로도 주목할 만하다.(심지어 너무 길어서 소제목에 다 못 써서 본문에 다시 썼다.) 애니계에서는 언제부턴가 이런 말이 있다.(애니계:??)
제목이 긴 애니메이션은 재밌다!
최근 악동뮤지션 수현 님께서도 ‘나 혼자 산다’에 나와서 매니저님과 제목이 긴 애니메이션이 재밌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제목이 긴 애니메이션들은 처음 제목을 보면 ‘??이게 뭐야’ 싶은 느낌인데 실제로는 꽤 재밌어서 그게 의외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도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사실 제목이 긴 애니메이션을 많이 본 편은 아니라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오타쿠라고 하지만 생각보다 유명한 작품들도 보지 않은 작품들이 많다. 보지 않을 것은 아니고 아직 보지 않은 것이긴 하다만 어쨌거나 현재로서는 보지 않은 작품들이 한가득이다. 그것은 어찌 보면 아직 경험하지 않은 멋진 작품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니 설레마지않는 상황이기도 하다. 기뻐해야 할 일이기도 하겠지.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좋아하는 일은 잘하고 싶어지지 않는가. 나는 ‘오타쿠’다.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인 ‘오타쿠’. 그런 단어로 나를 지칭하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일을 당연히 나도 잘하고 싶어 한다. 스스로 자신 있게 ‘애니메이션 오타쿠’라고 이야기하고 싶고, ‘애니메이션 오타쿠’라는 타이틀을 잃고 싶지 않다. 정말이지 좋아하는 일에서 애매하게 좋아하는 사람, 조금만 좋아하는 사람, 남들보다 덜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마음이 부족한 사람으로 취급받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어쨌거나 그러니 좀 더 보지 않고 미뤄놓은 애니메이션들을 잔뜩 봐야겠다는 즐거운 다짐을 하며 이야기하자면 제목이 긴 애니메이션은 사실 진입장벽이 조금 높은 편이다. 딱히 신경 쓰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것에 익숙해져 있고 이미 그런 작품들에서 재미를 많이 느낀 사람은 오히려 흥미를 느끼고 접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으응…?’ 같은 느낌을 주며 ‘제목이 왜 저래?’ 같은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오랜 오타쿠이니 거부감이 드는 정도는 아니지만 한때 휴덕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는데 특히 최근 많이 늘어난 제목이 긴 애니메이션들에 오히려 그런 애니메이션을 안 보게 되는 반사 작용이 나타났다. 안 그래도 봤던 애니메이션을 반복해서 또 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갑자기 예전에 꽂혔던 작품이 번뜩 머리에 울려 다시금 빠지게 되면 또다시 정주행하느라 시간을 다 소비하기도 한다. 게다가 원래 봤던 작품의 2기, 3기 등이 나오면 또 챙겨봐 줘야 되는데 하루는 한정되어 있으니 새로운 애니메이션에게 나의 진입장벽이 높은 탓도 있다. 그리고 제목이 긴 애니메이션들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유독 이세계물이 많은데 딱히 이세계물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엄청나게 좋아하는 것까진 아니었는데 그러다 요즈음 유독 늘어난 이세계물에 괜히 확 끌리지 않았던 것도 같다. 막상 보면 재밌는데 말이다. 원래 그런 성향이긴 하지만 최근에 유독 봤던 명작들 다시 보기와 일상물 보기에 빠져있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 내가 ‘마왕학원의 부적합자’를 보게 된 것은 정말이지 우연의 일치였다. 사실 정확히 언제, 어떻게, 왜 보기 시작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비교적 최근에 보기 시작했고 지금 라프텔에서 연재되고 있는 2기도 잘 챙겨보고 있는데 말이다. 내 어렴풋한 기억에 의지해 되짚어보자면 아마 기존에 정주행하고 있던 애니메이션을 다 보고 난 뒤 뭐를 볼까, 새로운 거 뭐 볼만한 거 없나, 하고 살펴보다가 별 생각없이 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별 생각없이 왜 하필 이 애니메이션을 골랐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무난, 깔끔한 그림체가 끌렸던 게 아닐까…?
처음 봤을 때는 재미없으면 다른 거 봐야지, 그냥 일단 틀어보자, 정도의 마음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1기를 다 봐버렸다. 방영된 2기 일부분도 순식간에 봐버리고 다음 화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음 화가 영 나오지를 않는 것이다. 알고 보니 코로나 때문에 제작사 사정으로 방영이 연기되었었다고. 분명 연기된 사실을 알고 난 직후에는 지금까지 재밌게 보고 있었고 아쉽긴 하지만 왜 연기되었냐며, 빨리 다음 화 제발 달라고 할 만큼 간절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자꾸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종종 아직 안 나왔나, 언제 나오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2기가 다시금 방영되었을 때는 생각보다 더 마음이 들떴다. 그리고 지금 그 2기를 매주 꼬박꼬박 잘 챙겨보고 있다. 과거의 봤던 수많은 작품을 제쳤다고 하긴 그렇지만 이렇게 빠르게 글로 쓰고 있을 정도이니 꽤 재밌게 즐기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오히려 최근에 챙겨보고 있는 작품이라 좀 더 편하게 글을 쓰게 된 것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마왕학원의 부적합자~ 사상 최강의 마왕인 시조, 전생해서 자손들의 학교에 다니다 ~’는(어휴, 진짜 길다 길어)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노스 볼디고드’라는 이름의 마왕이 전생해서 마족 학교에 다니는 내용이다. 사상 최강의 마왕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먼치킨물이며 이세계에서 최강 마왕 주인공? 맞다, 하렘물이다. 이것만 들어도 예상되는 재미를 나름 잘 풀어냈다. 조금 당황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그러니 긴 제목에 ‘??’하고 넘기지 마시고 뭘 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계신 분이라면 슬쩍 봐보시는 건 어떨까 이야기해 드리고 싶다.
사실 이번 애니메이션은 1화로 막을 내리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어째 ‘마왕학원의 부적합자’ 애니메이션에 대한 직접적인 이야기는 너무 못한 것 같아 또 다음 화에 다시 같은 애니메이션을 들고 찾아뵙고자 한다. 혹시 조금이라도 흥미가 생기셨다면 분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으니 한 번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 조심스레 이야기해 드려본다. 꼭 다 보시지 않더라도, 혹은 1화만 보고 보지 않더라도 그래도 조금 더 다음 화에 함께 덕질하는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지도!
해당 글은 경기청년갭이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표지 및 본문 내 사진 출처 : https://www.aniplustv.com/items/2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