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가면 꼭 들리는 까페가 있다. 서귀포에 있는 테라로사 이다. 갑작스럽게 제주도를 가게 되어 어김없이 이곳에 방문했다. 조금 외진 곳에 있어서 차가 없으면 가기 힘들 줄 알았는데 제주도도 서울만큼 버스로 못 갈 곳이 없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카페가 집근처가 아닌 제주도에 있다는 것은 자주 가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갈 때마다 기쁨이 크다. 내가 이 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이 다 있다. 따뜻한 우드톤의 공간, 복층의 높은 층고, 귤나무 정원이 잘 보이는 큰 통창, 재즈, 그리고 커피와 빵냄새, 이 모든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서 내가 좋아하는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 있는 것 만으로도 편안함과 기쁨을 준다.
이곳에 오면 궂이 따뜻한 핸드드립을 마신다. 평소와 다르게 향과 맛을 천천히 음미하며 생각하고 느낀다. 그럼 조금 더 행복해 지는 기분이 든다. 사실 이렇게 유명한 까페의 커피 가격은 만만치 않다. 식당 밥값에 비교해 봤을 때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꺼이 커피를 마시러 오는 이유는 식당과 달리 까페는 커피값에 공간과 시간을 함께 팔고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때문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테라로사라는 까페가 좋은 것 보다 내가 명확하게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안다는 것이 더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꼭 내가 내 스스로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나인데 나를 잘 모른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한 것 같으나, 분명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 못했다. 핑계를 대자면 대학을 가야한다는 불안, 취업을 해야한다는 불안과 압박으로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과 여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나를 잘 알았다면 더 나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내 모습과는 다른 선택을 하며 무작정 견뎌내는 것으로 허비했던 시간들을 아낄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고 나의 과거를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앞으로의 선택은 분명 나를 모르던 예전보다 나아져야 한다고 확신하기에 최근에 더욱 나는 내가 어떤사람인지 아는것이 너무 중요해 졌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생각을 적고, 실행하고, 감정을 살핀다.
평생 나에대해 얼마나 알게 될지는 모르겠고 내가 하는 선택이 얼마큼의 만족을 줄지는 모르지만 일단 내가 나를 잘 알고 있다는 느낌 그 자체로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