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뻑 젖을수록 더 아름다운 세상

by sujin

세상에 나를 놓아준다는 것, 흠뻑 젖어버린다는 것, 세상이 그렇게 사는 것이라는 걸 아이처럼 살아야 된다는 걸 나는 지나치게 일찍 깨닫고 이 길 위에 누워버린다. 능동보다 수동이 더 많은, 삶에서 개입보다 관전이 더 능숙한, 게임 바라보듯 걸어가고 있는 나. 자포자기하듯 사람을 사랑하는 나, 세상을 더 느껴보고 싶은 나, 관전이 최고의 행복이었다는 걸 알아버린 나.

불안해했던 시간도 아름답고 활기차보여서 다시는 느낄 수 없을 것만 같다. 아팠던 시간이 행복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건 삶에서의 해방. 나는 처음으로 느껴보는 기쁨. 아름답지 않은 게 없었다는 생각을 하니, 살아온 시간이 아쉽게 느껴졌다. 세상 모든 것들이 다 예뻤다.

삶이 내게 지옥을 준 게 아니라, 내 마음이 지옥이었고, 세상이 필요로 하는 대로 나를 맡기다가도 이런 게 무상하다 싶었다. 나를 빌려주는 역할놀이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았다. 이 빌려주는 생활은 언제까지일까.. 인생 놀음을 까마득하게 먼 곳에서 바라보는 나는, 곧 인생이 불교의 공에 다를 바 없기에 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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