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사람의 마음을 너그럽게도, 슬프게도 만들었다. 이성적으로 살 수 있다면 천국에 뭐라도 갖다 바칠 텐데, 하고 기도했다. 비가 오면 비 냄새가 페브리즈 같았다. 너무 많이 분사돼서 어딜 가도 비 냄새였다. 비냄새를 맡으면 밖에 나가야 했고, 감기에 걸렸는데 아이스티를 먹고 싶어 하는 그런 종류의 사랑이 싫었다. 사랑이 달콤하면 그 밖의 것은 지루해지는 법이니까.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내게는 한 번도 통한 적 없으니. 정신적 갈증의 반대인 저녁 바람은 너무 아름다웠으니까 내가 살아있는 거 아닐까. 입장권 없는 자연은 늘 그렇게 살아있었다. 다친 사랑도, 지친 시간도, 뭉그러지고 만 꿈들도 상관없다는 듯 거기 있는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니.
난 밖을 쳐다보는 걸 좋아해서, 베란다나 테라스, 구름다리 같은 곳을 좋아했다. 지나간 일들은 떠나보내고 충만한 감성도 흘려보내는 풍경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