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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규 Oct 13. 2024

단어의 자전적 의미

출근

출근 : 일터로 근무하러 나가거나 나옴.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었을 때 싫어하는 말 중에 하나라고 생각이 든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가장 듣기 싫을 때가 일요일 저녁. 그 앞에 내일이라는 말이 붙으면 더 싫다.

월요일 아침이 되면 상쾌한 소리지만 불쾌해지는 핸드폰 알람음을 한두 번 꺼가며 일어나고 남들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꾸며본다.

출근길, 매번 마주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나름 위안을 삼는다.


'나만 이러고 있는 게 아니구나...'


그러다 지하철 내 앞사람이 일나 자리가 생기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익숙한 얼굴들을 마주하게 된다.  모두가 봐도 똑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게 오늘의 할 일이다.

가는 길, 가는 법, 가는 곳. 수백 번 해오면서도 쉽게 적응이 안 되는 것이 출근 같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 출근은 하고 싶은 것이 된다. 출근은 그들의 부모를 안심시키기도 하고 자랑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런 출근을 위해 많은 중압감을 견뎌내고 얻어냈을 땐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 출근은 설렘반 두려움 반이다. 괜히 싱숭생숭하고... 출근길은 아름답다. 지하철 소리는 나를 반기고 회사의 건물은 아름다우며 사원증은 보석과도 같다.

테이프를 조금 빨리 감아보면 아이러니하게 이들에게도 출근은 어느새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된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출근은 다시 하고 싶어 진다. 잊히고 싶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출근은 누군가 날 필요로 하니 할 수 있는 것인데 나이가 들면 필요해지지 않아 출근을 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들기도 한다.


출근은 이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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