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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풍선껌을 안 씹는 이유

무례한 어린 손님

by 넌들낸들

토요일 근무 나 홀로 사무실을 지켰다.

조용한 사무실

손님 또한 없이 조용했다.

전화 상담도 없었다.


음악이라도 틀어놓을까?

눈은 인터넷 쇼핑 입은 커피 마시며 열심히 스크롤을 내리고 있었다.


한참 지루한 시간을 혼자 여유 부리고 있을 때

중학생 소녀 두 명이 들어왔다.

풍선껌을 씹으면서...


"어서 오세요. 무슨 일로 오셨나요?"

"ㅇ소장님 없어요? 엄마가 그 아저씨한테 상담받으라고 했는데."

"오늘은 저만 있어요. 저하고 상담하면 됩니다."

"예.." 하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껌을 쫙쫙 씹고 있었다.


곧 어딜 여행 갈 거라며 상담을 원했다.

본격적인 상담 전에 음료를 권했다.


그러자 어린 소녀들은


"캐러멜 마끼아또 주세요."


난 헛웃음이 나오는 걸 참았다.


"여긴 카페가 아니어서 그런 메뉴는 없어요. 녹차와 믹스커피, 오렌지 주스 있어요."


"그럼 나가서 사 오세요. 고객이 달라고 하면 줘야지. 뭔 말이 많아."


속에서 욱하고 올라왔다.

저 놈의 어린것들이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지??

쓴웃음을 지으며 난 참았다.


"그건 안 되겠네요. 고객을 두고 사무실을 비울 순 없으니까요. 그럼 어디로 여행 갈 생각인가요?"

어디로 갈지 아무것도 정해진 것도 없이

여기저기 전 세계를 다 물어볼 참이었다.

속으로 '장난치러 왔나? 쫓아내?' 하고 생각이 들 참에 전화가 울렸다.


"★씨 곧 @사모님 쌍둥이 딸들 갈 거예요. 상담 잘해주세요. 제 골프 회원 사모님입니다. 부탁해요."


난 어금니를 꽉 물고 대답했다.


"벌써 왔습니다."


뭔가 느낌이 왔는지 상담 끝나면 자기에게 연락을 달라고 했다.


두 어린 소녀는 긴 합의 끝에 겨울 방학에 갈 여행지를 골라 예약하고 갔다.


중간중간 싹수없는 구석이 내비칠 때마다

깊은 서비스 정신으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손으로 풍선껌을 늘어트리고 지저분하게 먹으며 건방진 자세로 들을 땐 정말 상담하고 싶지가 않았다.


퇴근 후 친구들이나 만나서 스트레스 풀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계속 참았다.


아이들이 예약하고 간 후 아이들 엄마가 전화가 왔다. 아이들이 상담 잘하고 왔다며 상냥한 목소리로 감사하다는 말에 욱했던 마음이 누그러졌다.

(이런 상냥한 엄마 밑에서 저런 싸가지 딸들은 어찌 나오는 건지 아이러니하다. 무서운 중2병인가...)


하지만 난 그 뒤로 풍선껌을 쳐다도 보지 않는다.

심지어 우리 집 꼬맹이가 풍선껌 사달라고 해도 사주지 않는다.

이 껌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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