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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노동 여행사 생활
03화
여행사가 비행기 자리도 못 구해?
고객님 대기자 25명입니다.
by
넌들낸들
Sep 1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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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부터 전화에 불이 났었다.
한 사장님이 김포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오고 싶어 했다.
티켓 조회 결과
모두 마감이라 대기자로 올릴 수 있었다.
"고객님 국내선 자리가 없습니다. 꼭 국내선 타셔서 한다면 인천에서는 타실 수 있습니다."
"이봐. 아가씨! 내가 김포에서 인천까지 가야 해?"
"그럼 기차 타고 내려오세요. 국내선 오늘 하루 종일 다 티켓이 마감입니다."
"일등석도 마감이야?"
"네. 좌석 하나도 없습니다. 다 대기자로 등록해야 하는데 한사장님이 원하시는 시간대에는 대기자 25번째입니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인천까지 어떻게 가!!"
버럭버럭 화만 내시고 계셨다.
좌석이 없다고 해도 딴 여행사, 항공사 다 전화 돌리고 다시 또 연락이 왔다.
"어이 아가씨, 아직도 자리 없어?"
"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대형 여행사 중 하나면서 티켓 확보도 안 해놔?? 뭐 이래!!"
또 혼자 열받아 전화로 난리 난리였다.
"고객님 저희도 티켓 확보 해놓지 않습니다. 특히 국내선은요."
"나 몰라?? 내가 누군지 알아??"
(난 지금까지도 범죄왕 도시란 영화를 보지 않는다. 갑질하는 장면 나오면 드라마고 뭐고 채널 돌려버린다. 지긋지긋하다.)
"네 모릅니다. 신입입니다."
내 옆에서 전화 엿듣던 실장은 웃음을 못 참고 돌아섰다. 평소에도 화가 많은 손님이라
실장님이 나에게 맡긴 거였다.
블랙리스트 손님을 막내에게 넘기다니...
혼자 전화받으며 쩔쩔매는데
토요일 근무 12시 까지라며 알아서 해결하란 듯이 다들 퇴근했다.
난 동료들의 태도에 화가 너무 많이 났다.
막무가내로 자리 만들어 내라며 화내는 고객에게
인천으로 가시던가 기차라타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다 기차로 예매하라고 했다.
"네 고객님 기차 일반석 하면 되나요?"
사진 출처: 위키백과
"야! 내가 누군데 일반석 타?? VIP 석으로 결제해! 편하게 내려가야지."
"네 고객님 그럼 얼마입니다. 바로 입금해 주세요."
"야!! 너 골이 비었어?" 하며 또 화를 냈다.
"네?"
"내가 그걸 왜 내? 네가 국내선 티켓도 못 구하는 등신이라 내가 기차역까지 가는데
내가 왜 기차표를 내냐고? "
와... 속에서 천불이 올라왔다.
"고객님!!" 하며 난 소리를 질렀다.
"티켓 안 끊습니다. 알아서 부산 내려오세요. 퇴근 시간 한참 지나서 사무실 비웁니다."
난 바로 컴퓨터 화면 종료 했고
사장 책상에 사직서를 내고 나왔다.
그리고 평소 나에게 이직하라고 권했던 소장님 여행사로 찾아가 바로 5분 만에 이직했다.
난 고객에게 화내놓고 뒤처리 없이 줄행랑친 직원이 되었지만
블랙리스트 처리 나 몰라라 하며 퇴근한 직원들에게도 화가 난 지라 퇴사 후
기분이 너무 좋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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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ook
질풍노동 여행사 생활
01
여는 말
02
고분고분하지 않던 첫 사회생활
03
여행사가 비행기 자리도 못 구해?
04
내가 풍선껌을 안 씹는 이유
05
무리한 요구? 무례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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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 받기를 제일 싫어하던 사람이 잔소리꾼이 된 아이러니... 이것저것 떠오르는 일들, 맛집 소개, 육아 일상 등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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