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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고분하지 않던 첫 사회생활

나도 MZ?!

by 넌들낸들

여행사에 첫 입사 했을 당시 과장님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요새 젊은 사람이라 그런가 ★씨는 남달라."

"와... 솔직하다."

"거침없네. ★씨"

"★씨는 일 배울 게 없네 알아서 다 하네."


비꼬는 말이었지만

그냥 기선제압 용 꼽주기 시작하는구나 하며 넘어갔다.

나의 잘못은 하나도 없는데 걸고 넘어가는 걸로 느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MZ희화하는 개그를 보았다.

그 영상을 보는데 내 모습이 보였다.



그때 당시 항공사들은 인터넷 발권과 종이 티켓울 같이 사용하던 시절이었다. 종이 티켓은 수기로 적은 티켓이라 분실하면 절대 안 된다. 요샌 핸드폰으로 발급받지만 고객들에게 종이 티켓을 직접 전해 줘야 했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

과장님이 심부름을 시켰다.

"★씨 중국 @항공사 가서 티켓들 받아오세요."

"지금요? 지금 당장 필요한 티켓들도 아닌데 지금 가야 하나요?"

"왜? ★씨 지금 바빠?"

"아뇨.. 비가 와서 지금 나가기 싫어서요.

그런데 우리가 티켓 꼭 받으러 가야 하나요? 그쪽에서 우리에게 전해 줄 수도 있는데 왜 우리가 항상 가서 받나요? "

나의 물음에 과장님은 그저 웃으셨고

외근 나가려고 준비하던 대리님이

"제가 오늘 나가니까 들어오는 길에 받아올게요."

하며 말했다.

난 신이 나서

"아싸! 대리님 수고하세요." 하며 웃어 보였다.


또 한 날은

신입이 일찍 와서 어제 사용한 컵들 설거지하고 책상들 닦고 가습기 물도 채워야 하는 등 사무실 청소를 하는 거라며 정시에 출근 한 날 붙잡고 혼을 냈다. 출근 시간 늦은 것도 아니고 심지어 10분이나 일찍 도착했는데 혼나는 게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또 한마디 거들었다.

"각자 커피 마신 컵을 왜 싱크대에 넣어두는 거죠? 다 마시면 각자 바로 씻어 선반에 두면 되는걸 왜 이렇게 쌓아두는 거예요? 전 어제 제 컵은 제가 씻어 제자리에 두었습니다. 책상 정리도 자기 책상은 각자 해야 중요 서류 같은 게 잃어버리지 않고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전 저만의 책상 정리 방법이 있어서요. 흡연실은 전 정말 들어가기 싫어요. 담배 냄새가 너무 찌들어 있으니 담배 피시는 분들이 알아서 청소해 주시면 좋겠어요. 사무실 바닥 청소는 막내인 제가 하겠습니다. 자기 책상 가습기 물 넣는 정도는 각자 알아서 하시죠. "

당찬 막내의 말에 사무실에 실장님 외 출근한 모든 직원들이 '얘 뭐야?' 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내 말이 옳다며 특히 흡연실 청소 문제로 스트레스받았던 직원들 모두 한 목소리 내었다.

그 뒤로 사무실 청소 문화가 바뀌긴 했지만 막내인 내가 더 많이 청소 하긴 했다. 집에선 걸레 하나 안 들던 내가 사무실 책상 닦는다고 걸레 들고 빨면서 엄마 생각이 났었다.

그래도 흡연실 들어가지 않아 행복했다.


입사 이후 종이 티켓이 몇 달 만에 사라지고 발권이 간소화되기 시작하면서 일이 쉬워졌다.

사실 선배들에게 일을 배울 게 없었다. 물어보지 않아도 혼자 다 할 수 있었다.

그런 내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씨는 참 똑똑해. 하나도 안 물어보고 혼자 상담 다 해내고 발권도 다하고 일당 백이야."

하며 꼰대짓 하는 여선배도 있었다.

그럼 난 솔직하게 어려운 일이 없어서요. 하고 맞받아쳤다. 그랬더니 회식 때

"★씨는 날 안 좋아해. 친해지기 어려워"

하는 게 아닌가....

너무 기가 찼다.

나름대로 내가 커피 마시고 싶을 때면 사무실 직원들 모두에게 커피 드실 분 있는지 물어보고 타드리고 웬만한 잔심부름 다 했는데... 화가 났지만 참았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복이 있었다. 얼마 되지 않아 나에게 꼰대짓 하던 여직원이 퇴사했다.

그 여직원 퇴사 후

사무실에서 마시는 커피는 완전 꿀맛이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난 커피 마시는데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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