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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요구? 무례한 요구!!!

교수면 다야?

by 넌들낸들

여행사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사실

진상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내가 그동안 선한 사람들만 만나고 살았구나

세상에 이렇게 진상들이 많은데...

서비스 직을 계속하다간 몸에 암이 생기겠다.

하며 참을 인을 가슴속에 많이 새겼다.


7시 퇴근을 앞두고 고객의 전화가 왔다.

오전에 가족 여행 상담 후 예약한 고객이었다.

처음엔 할인을 좀 해달라고 요구했다.

신입이 마음대로 할인을 해줄 수도 없어 다음날 상부에 보고 후에 알려드리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도 이래저래 요구하기에

그때 당시 7% 이윤 남는 상품인지라

내 멋대로 우수리 할인을 해준다고 말을 해버렸다.

그러자 고객은 호텔 룸 사진을 메일로 보내달라고 했다.

사진을 본 후 다시 연락을 와서는

스탠더드 룸을 스위트로 업그레이드해 달라는 것이었다.

금액이 얼마나 많이 차이 나는데

그건 신입이라도 못해주는 조건인 건 알 수 있는 사안이라 결코 안된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자 고객은 화를 내며

"아가씨!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에라이 대학 교수야. 교수!!"

자기 직급을 말하며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결국 한 시간 넘는 진상 통화를 받아주다가

퇴근도 못하고 교수라는 인간이 이 지랄인가 싶어 화가 났다.


"아가씨? 대학 안 나왔어? 사람이 말을 하면 알아들어야지. 스위트 룸 서비스 해주세요."


너무 뻔뻔한 요구에 난 정색하고 서비스 직원의 솔톤이 도톤이 되어 말했다.


"교수님 대학교에 전화해서 항의하기 전에 정신 차리세요. 저희 교수님은 제 돈 주고 티켓 끊어가십니다. 교수면 교수답게 행동하세요. 배운 사람이 거지보다 못한 행동 하지 마시고요. 딴 여행사 알아보세요. 어느 여행사에서도 에라이 대학 교수라고 해서 스탠더드 가격을 스위트로 해주지 않을 테니까요. 오늘 오전에 예약한 상품 취소 하겠습니다."

말하는 동시에 난 컴퓨터를 꺼버렸고

내 할 말만 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아씨!! 진상 때문에 퇴근도 늦게 하고 기분만 잡쳤네. 꼭 비 오는 날 진상 만난다니까!!


빈 사무실에 혼자 버럭버럭 화를 내며 사무실 불 끄고 문단속하고 나왔다.



집에 와서 엄마에게

"엄마 비 오는 날이면 왜 이리 진상들이 많을까? 스트레스받아!!"

하며 투덜거렸다.

그러자 엄마는 웃으며

"원래 비 오면 시간 또라이들이 나온다. 고마 잊어라."

하는 게 아닌가.

시간 또라이라는 말이 너무 웃겨

엄마 덕분에 화가 사라졌었다.


다음날 아침에 와보니 부재중 전화가 떠있었고

그 교수 놈의 연락처였다.



오전 보고에 난 어제저녁 진상 놈 예약 취소 했고 스위트 룸 무료 업그레이드 해달라고 요구했었다고 보고 했다.


하지만 고객에게 화냈다고는 보고하지 않았다.


난 너무 열받아서 한동안 그 대학 근처 방향으로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친구들과 놀러 가지도 않았다.



하지만 문득 아직도 그 대학 교수로 계실지 궁금하다. 제자들은 진상인걸 알까... 모르고 존경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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