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이건 성희롱입니다
선 넘지 마세요 고객님!
일본 골프 여행 가는 상담이 들어왔다.
골프는 잘 모르다 보니 전반적인 상담은 골프여행 담당자인 소장님이 했다.
난 예약 잡고 입금 확인하는 등 간단한 업무 지원이었다.
팩스로 여권 사본을 받는 날
골프팀 중 한 분의 연락을 받았다.
"혹시 밤에 아가씨 부를 수 있나요?"
속으로 너무 당황했었다. 하지만 베테랑 상담사인척 흔들리지 않았다.
"고객님 여긴 외진 곳이고 아가씨 부를 수 없습니다. 불법입니다."
하고 답해주었더니 그 고객은 능글맞은 웃음을 보이며
"그럼 아가씨라도 밤에 와. 같이 골프 가면 되겠네."
하는 게 아닌가.
토하고 싶었다.
아빠 뻘인 아저씨가 뭐 하는 짓인가.
그때 마침 채팅창 화면에 골프팀 담당하신 현지 코디네이터의 연락이 왔었다.
안면 튼 실장님이라
고객 예약 잡히면 톡이 오곤 했다.
주로 고객 성향을 물어보기 위한 거였다.
난 실장님에게 지금 현재 상황을 상세히 알려주었다.
"★씨 그런 진상은 나한테 맡겨."
뭔가 믿음직한 답장을 받았다.
고객에겐 따지지도 못하고
"고객님 농담이 심하시네요. 전 골프 팀이 아니어서 못 갑니다. 현지 실장님이 잘 챙겨주실 겁니다. 즐거운 골프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얼른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너무 더러운 기분이라 귀를 씻고 싶었다.
채팅방 다른 지점 여행사 직원들과 채팅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언니들이 다 나를 위로해주었다.
더 한 진상들 변태들 많다며 서비스 직의 고충을 듣게 된 날이었다.
몇 주 뒤 현지 실장님께 사진이 왔다.
간밤에 나름 여장을 하고
손님들 반주하는 공간에 쳐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직원들에게 그런 추잡한 행동 하지 말라며 경고했다고 한다.
그런데 여장한 실장님 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다.
실장님이 대신 복수 해주신 거 같아 고마웠다.
진짜로 하셨는지 아니면
막내 직원 기분 풀어주려고 그런 사진을 보내주신 건지 상세히 알 수 없지만
실장님의 그런 배려가 감동 그 자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