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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김양입니다.

김양아 네가 최고다.

by 넌들낸들

나에게 호쾌한 고객님이 있었다. 70세 넘은 할아버지 손님이다.

"아이고 덥다. 아가씨는 이름이 뭐야?"

사무실 문 열고 들어오자마자 질문을 하셨다.

너무 더워 보여 시원한 아이스커피 냉큼 내주었다.

"사장님 전 김 ★입니다."

하며 제 명함을 함께 주었다.

이름을 알려드렸는데도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김양아, 커피 3잔 더 내온나. 친구들 더 들어올끼다."


"네."


뒤돌아서며 기분이 나빴다. 꼭 다방 아가씨가 된 기분이었다.

커피를 내리는데 세 분의 친구분들이 더 들어오셨다.

인사를 하며 커피를 드리자


"여 김양이 참 예쁘네. 커피도 맛있다. 우리 미국 여행 갈라고 프린터 해온나. 우리 여 앉아서 기다릴게."


"미국 어디로 생각하세요. 일단 미국 상품 다 보여드릴까요?"


"아이다 우린 그 폭포 볼 수 있는 코스로 갈끼다. 내 평생 어릴 때부터 그 폭포는 보고 싶었다 아니가.

더 늙기 전에 가야지. 아직 관절이 좋을 때. "


그러자 옆에 친구분께서 한마디 거드셨다.


"이 날을 위해 우리가 돈을 억수로 벌었다 아니가."


"고생 끝에 즐거운 여행 되실 수 있게 좋은 상품으로 알아봐 드릴게요.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김양아 우리 나이가 있어서 눈이 침침하니 큰 글씨로 뽑아둬"


"네 사장님. 많이 더우시면 에어컨 온도 좀 더 내릴까요?"


"아이다 김양아 빨리 뽑아온나."

성격도 급하신지 아직도 멀었나 하며 재촉하기도 했었다. 그러면 딴 고객님이 급한 일도 없는데 기다려주라며 날 위해 주셨다.


그렇게 첫인상은 목소리 크고 성격 급하고 나에게 김양아 김양아 하는 할아버지 손님으로 인식이 되었다.


미국 여행 바로 예약하시고는 일주일에 한 번 연락 오시며 미국 여행에 대해 물어보셨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인데 마음만은 청춘 같았다.

전화로도 매번 김양아 하며 늘 나만 찾으셨다.


내가 손녀처럼 편하신가 보다 하며 할아버지 전화 오면 반가웠다.


미국 여행 앞두고

현금 다발로 들고 오셨다.


"은행에서 입금해주셔도 되는데 직접 가지고 오셨어요. 어르신."


"아이다. 내 꿈을 이루는데 직접 현금으로 주고 싶었다. 예약 잘 되어있는 게 맞제?"


"네 어르신 걱정 마세요. 가시는 날 공항에 제가 마중 나갈게요. 할아버지 공항 수속 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제가 다 해드릴게요."


"그럼 이 사무실은 우짜고?"


"우짜긴 우째요. 나 아니면 누가 알아서 지키겠죠. 전 할아버지팀 핑계로 공항에 콧바람 쐬고 오는 거죠."


"김양이 오면 우리야 너무 좋지. 김양아 고맙데이. 근데 미국 날씨는 우째 되는고. 옷은 뭐 입고 가야 하는지 가방에 뭐 챙길지도 모르겠다."


"제가 그럼 미국 날씨 알아봐 드릴게요."


"김양아 그러면 한 달 치 미국 날씨 알려둬."


"네? 한달치나요?"


"그래. 우리 여행 가기 2주 전부터 우리 여행 기간 내내 까지."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제가 알아봐 드릴게요."


어느새 난 사장님이라 부르지 않고 할아버지 혹은 할아버님 하며 편하게 대했다.


관광지 정보와 일기예보 등 책자로 만들었다.

오며 가며 수시로 사무실 들려

"김양아 커피 한잔만 도"

하시며 유쾌하게 들어오시고

가끔 한가할 때는 젊은 시절 살아오신 이야기도 들려주시곤 했다.

건설업을 하셔서 이 건물 저 건물에 본인의 손길이 담겼다며 자랑도 하셨다.

그 자랑 듣는 게 재미있었다.


여행 가시는 날

공항에서 만났다.

"김양아 진짜 니가 최고다. 여기까지 오고. 뭐 하나 사다 줄꼬? 말해봐라."


"아이고 재미있게 안전하게 다녀오세요. 다녀오셔서 재미난 이야기 또 들려주세요."


"아이고 김양아 늙은 내가 계속 찾아가면 주책이지. 그래도 니 선물 하나는 사 와야지 면세점에서 사다 줄게 말해봐라."


"괜찮습니다. 정 그러시면 맨날 저한테 커피 얻어드셨으니 오늘 공항에서 커피 한잔 사주세요."


"오냐 가자!"


난 그렇게 할아버지 손님께 공항에서 커피 한잔 얻어마셨고 비행기 수속 도와드리고 왔다.


미국 여행 마치고 돌아온 할아버지는

기념품 선물 하나 사 오셨다.

고급 초콜릿이라며 평소 책상 위에 초콜릿 올려 논거 보셨는지 사 오셨다.

"김양아 내 왔다. 니 초콜릿 좋아하는 거 같길래. 사 왔다. 니만 무래이."


"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여행 즐거우셨어요."


할아버지는 신이 나서 사진을 보여주며 에피소드를 들려주시고 가셨다.


그날이 내가 마지막으로 커피 타드린 날이다. 그 뒤로 놀러 오지 않으셨다.


여전히 호쾌하게 건강하게 잘 지내실는지....

건강하세요. 할아버지

출처: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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