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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Sep 17. 2023

마음의 고향& 특별한 날

벌초 가서 쓴 시 2편

돌다리 건너면 과수원, 반대편은 논이다. 논에는 백로 가족들이 한가로이 놀고 있었다.

마음의 고향


               정 여사


언제부터 놓여 있었나


농경지로 이어진

낡은 다리가 정겹다


신비로운 것에 반한 듯


이리저리 포즈를 취한다


아무리 서양물에 젖었어도


너, 나 향수를 그리는 마음은 같다


예전에 보았던 곳


개울가의  폴짝폴짝 돌다리


동네에 시끌벅적했던 아이들 소리가

세월에 숨어버렸다


아쉬운 정적만이

감돌고 있


낡은 다리 밑 풀더미 사이로


맑디 맑은 물소리

바람 소리가 손님 맞이 하고 있다


서정적인 풍경이 물씬 거리는


자연을 담는 딸의 미소가 아름답다



특별한 날


                  정 여사


도시와 농촌의 경계선


아름다운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적한 마을에 다다르자


가을이 영글어가는 소리


황금빛 들판 잠자리의 비상


 논두렁 사이는 청개구리의 놀이터


모든 것이 자유롭다


 땡볕에 과실이 빤질빤질 탐스럽다


아름다움을 눈에 담는다


 잔잔한 바람은 외할머니가 품어낸 향수


 평생의 혼자만의 약속을 지키려고 풀밭을 누빈다


 깔끔하게 정리된 산소

가벼운 발걸음


높은 하늘빛도 청결하다


나에겐 특별한 날


나들이 겸 가족들과 벌초하러 가는 날이다



지난봄 엄마는 골절 사고로 다리 수술을 한지라

아직도 다리에 힘이 없다.

벌초는 아빠 혼자 고생하셨다.

엄마와 두 딸은

엄마 혼자 외롭지 않게 말동무가 되어주고

사진도 찍어주고

같이 글을 쓰기도 했다.

엄마는 마을 곳곳에 눈을 담고

지난 추억을 떠올린다.

평화롭고 조용한 이 동네에

아빠의 벌초 작업 소리가 울린다.

아빠 혼자 올라가게 해 미안했지만

마을 정자에 앉아

백로 가족을 보며

나 또한 휴식을 취하며 글을 썼다.


증조 외 할머니는 이미 알고 계실 것이다.

우리가 다녀온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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