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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콘서트 가고 싶었던 할머니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by 넌들낸들

약속이 있어

아이 유치원 보내놓고 외출을 했다.

도로에 공연 소개하는 현수막들이 바람에 흩날렸다.

그러다 문득 내 눈에 들어온 한 가수의 공연.

보자마자 울적해지며 할머니가 떠올랐다.

(사진 출처:예스 24) 올해 2월 공연 티켓이라도 구해서 보여드렸어야 했는데...

코로나가 터지기 전

우리 아이가 두 돌이 다가 올 무렵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할머니 집에 놀러 갔다.

무료한 시간에 증손녀 재롱 보는 재미로

깔깔 웃으셨던 할머니의 모습은

여전히 내 눈에 그려진다


마침 틀어져있던 텔레비전 화면에

장윤정 님이 나와

<꽃>을 부르고 있었다


그토록 사랑스러운 증손녀도 장윤정을 이길 수가 없었다.


"★아. 요새 장윤정이가 너무 좋다. 콘서트 표가 비쌀라나..."


"그까짓 콘서트 티켓이 비싸봤자 집 값 보다 비싸긋나. 가면 되지. 내가 보내줄게."

한껏 큰소리쳤다.


나의 호탕함에 할머니는 막 웃었다.


콘서트 티켓 그때 당장 알아봤어야 했는데

몇 개월 뒤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방콕 생활만 하시던 할머니는 급격히 쇄약해지셨다.

체하는 날이 잦아지고 장염이 잦아졌다.

건강검진만 매년 해보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나 홀로 추억에 빠져있는데 엄마의 신난 톡을 보았다.


< 12월 8일 임영웅 벡스코에서 공연한다고 티켓 ## 삼촌 사줌 2장 못 구하고 한 장 구해옴 엄마 혼자 가야 됨 너도 한 장구해 봐라 같이 가게>

임영웅 님에게 미안하지만

아는 노래가 한 곡도 없다.

콘서트 티켓도 이젠 구할 수도 없을 것이다.


엄마는 신이 나 전화로도 자랑을 했다.

##삼촌에게 너무나도 감사했다.

딸도 생각지 못했던 선물을 해주시다니

때마침 그때는 엄마의 생일이 가까운 날.

올 한 해 마무리는 기쁘게 마무리할 수 있어

다행이다 생각했다.


그리곤 엄마에게 할머니에게 호언장담하며 약속해 놓고 지키지 못한 내 일화를 들려주었다.

엄마와 난 할머니를 추억했다.


할머니와 나만 아는 약속.


다가오는 49제엔

할머니가 좋아했던 장윤정 노래를

나도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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