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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Oct 26. 2023

F이모와 T엄마

아이 음악회 다녀오다.

지난 화요일,

아이 유치원에서 음악회를 했다.

3월부터 유치원에서 배운 동요와 악기 연주를 뽐내는 날이다.


아이는 지난 일주일 간 음악회를 기대하면서도

걱정도 많았다.


무대에서 틀리면 어떡하지?

하며 긴장하며 떨려했다.


틀려도 괜찮아.

무대 위에서 엄청 잘할 거야.

작년에도 엄청 잘했어.

주변 엄마들이랑 선생님들이

네가 제일 잘했다고 칭찬했잖아.

노래 엄청 잘 부른다고

용기 내서 씩씩하게 해.

그동안 많이 연습했잖아.


이 말들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음악회 시간 45분 전

유치원 강당에 도착했다.

잘 보이는 앞자리 잡기 위해 빨리 갔는데

이미 자리 잡혀있었다.

작년에도 명당자리 놓쳤는데

내년엔 더 일찍 와야 하나....

새삼 엄마들 대단하게 느껴졌다.


동생과 난 나란히 앉고

신랑은 뒷자리 앉아야 했다.


자리 잡고 강당 앞에서 동생과 카메라 테스트 하며 바람을 쐬고 있었다.

아이 작년 담임이 강당으로 향하다

마주쳤다.

유치원 선생님들의 특유의 싹싹함이 있는데

선생님은 정말 다정하신 분이라

아이가 담임이 바뀌고도 여전히 좋아하는 선생님이다.

아이가 좋아해서 인지 나 또한

이 선생님을 좋아한다.


선생님은 강당에 들어서는 길에 날 보자

환하게 웃으며 인사해 주었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오늘 제가 무대 화장해 줬어요."


선생님은 급히 강당에 들어가 일손을 거들었다.


'선생님께서 화장해 주셔서 아이가 더 좋아했겠네요'

하며 대답해주고 싶었는데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진 못했다.


공연 시작이 다 되어가 자리에 착석하니

옆에 앉은 동생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언니 벌써 눈물이 날 거 같아..."


난 그 모습이 웃겨 뒤돌며

"신랑. 얘 좀 봐. 벌써 울어."

하며 키득키득거렸다.




올해 아이 공연은 4번 정도 올랐다.


아이 공연 보랴 휴대전화로 동영상 찍으랴 정신없이 구경했다.


그러면서도 악기 합주 할 때 아이 실수 하는 모습까지 눈에 담겼다.

아이고... 두 번 실수 헸네

무대 위에 실수한걸 눈치챈 아이는 얼어버린 표정이었으나

꿋꿋하게 마지막까지 합주 성공하는 모습이 너무 기특했다.


마지막 악기 합주 때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박자까지 맞춰가며 연주하는데

프로가 따로 없었다.


모든 공연을 마치고

선생님께서 무대 인사하는 아이에게

잘했다며 힘차게 인사해 주세요 하는 요청에

아이 이름 부르며 잘했다 외치는데

그땐 나도 뭉클해지며

눈물이 나왔다.


옆에 동생도 신랑도 눈물을 훔쳤다.


아이는 집에 가기 위해 무대 뒤에서 옷 갈아입고

나올 채비를 하고 있었다

선생님께서 아이가 짐 들고 나오면 잘했다며

무한 칭찬 해달라며 강조했다.


담임 선생님 뒤로

아이가 나왔다.


이모와 아빠는

 잘했어

최고였어

아이를 칭찬 감옥에 가두었다.


그러나 내 눈엔

아침에 드레스 입혀주며 저녁에 추울까 봐

디건도 입혀줬는데

디건이 보이지 않았다.

아이 감기 걸릴라.. 추울 텐데

이 생각으로 잠겨

엄마의 첫마디는 칭찬이 아니라...


"율아. 디건은?"


이었다.


옆에서 내 첫마디를 들은 동생과 신랑은 어이없어하며


"잘했어부터 말해야지... 디건은? 이 뭐야..."


그 순간 너무 멋쩍어... 잘했어해 주면서도

아이 가방에 디건이 있을까

내 시선과 손은 아이보다

디건 찾기 바빴다.


결국 가방에서 디건 찾아 입히고 나서야


"정말 잘하더라. 진짜 멋졌어." 하며 뒤늦은 칭찬을 계속해주었다.

차에 타서도... 식당에 가서도...

샤워하면서도...

자기 전에도 무한 칭찬 해주었다.




다음날 아이는 결국 편도와 코감기로 하루 쉬었고

그다음 날 (오늘) 유치원 등원하기 위해 아침에 머리를 묶어주는데 아이가 말을 했다.


"엄마 나 사실 무대 위에서 실수했어.  못 쳤어."


"알아. 너 두 번 틀렸어."


엄마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아니야. 한 번이야." 했다.


하지만 난

"아니야. 너 두 번이야. 그래도 괜찮아. 실수할 수도 있지."

했더니

"실수해서 선생님한테 혼날 줄 알았는데 안 혼났어."

하고 말하였다.

그동안 연습하면서 애들이 실수할 때마다 혼이 났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내 말을 들은 동생은

"고마 잘했다 하지 콕 집어 두 번 틀렸다 하노." 하며

나에게 핀잔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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