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빤 어릴 때 안 혼났나 봐
훈육은 어려워...
열심히 아침부터 정리에 청소에 빨래에 반찬 만들기에 아이 간식 만들어주며
혼자 바빴다.
심지어 중간중간 아이 숙제도 도와주고
역할 놀이도 하며
알찬 하루를 보냈다.
자기 전에 쌍화차 한잔의 여유를 부려볼까
뜨거운 물을 받는데 들리는 말에 소름이 돋았다.
"엄마 놀아줘! 혼자는 심심해."
가끔은 놀아줘 노이로제가 걸릴 만큼 듣게 되는데
그날이 딱 그랬다.
하루 종일 나는 원 없이 아이가 해달라는 놀이 다 해줬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만족하지 않았다.
"엄마는 왜 나랑 안 놀아주고 바쁜 거야?"
"지금까지 계속 놀았잖아. 거실을 봐. 네가 논 흔적을 봐."
"난 아직 부족해. 더 놀고 싶어. 이제 이 놀이하면 좋겠어."
"그럼 너 지금까지 꺼낸 장난감 다 정리해. 정리도 안 하고 계속 엄마가 치우면 또 어질고 너도 정리하며 놀아."
아이에게 장난감 정리 하라고 말한 뒤
따끈한 쌍화차 한 잔 마시고 있었다.
아이는 안방에 들어가 성질을 부리고 있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놀아주지 않고
쌍화차 마시며 뉴스 보는 엄마에게 심통이 난 것이다.
"심통 부리고 짜증 부리지 말고 정리하고 와. 그럼 놀아줄 거야."
"난 지금 놀고 싶어. 엄마는 왜 내 마음 몰라? 엄마 미워!!"
혼자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나도 같이 고집을 부렸다.
"6살 언니 되면 정리 잘할 거라고 약속해놓고 약속도 안 지키고 고집만 부리고 엄마 말도 안 듣고 방에서 혼자 생각해 봐 누가 잘못하고 있는지."
"엄마 말 안 들을 거야!!"
"엄마 말 안 들으려고 태어났어? 엄마랑 사이좋게 살려고 태어났어?"
"쑥할매가 아이는 말 안 듣는다고 그랬거든!! 원래 말 안 듣는 거래."
"말 안 듣는 아이는 엄마한테 혼나지. 유치원에서도 말 안 들으면 선생님한테 혼나지? 집에서도 혼나지? 넌 혼나는 게 좋은가 보네. 맨날 혼나야지 어쩌겠어."
"혼내는 엄마 미워!!"
한참을 아이랑 실랑이 부렸다. 그러면서 말 잘하는 아이에게 속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그러다 거실로 나오더니
" 엄마 정리 할 건데. 조금 도와주면 안 돼? 혼자는 힘들어."
"그래. 네가 스스로 하는 모습 보여주면 도와줄게."
아이는 자기가 어진 색연필, 장난감 등 치우기 시작했다.
난 아이가 어지럽힌 찢어진 종이들 자잘한 장난감들 치워줬다.
조금 움직이자 집이 다시 깨끗해졌다.
"봐. 깨끗해지니까 보기 좋지?"
"근데 엄마는 왜 맨날 혼내는 거야? 내가 싫어?"
"엄마가 왜 널 싫어해."
"혼낼 때도 날 사랑해?"
"당연하지. 엄마는 널 언제나 사랑해. 엄마가 혼내는 이유는 나쁜 버릇을 고치려고 혼내는 거야. 그래야 올바른 어린이가 되고 어른이 되니까."
"근데 엄마...."
"왜?"
"그럼 아빠는 어릴 때 할매한테 안 혼났나 봐."
난 아이를 안고 박장대소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