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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Nov 16. 2023

왜 아는 척을 안 하는 거야?

오해하지 마세요. 아빠랍니다.

올해 봄 아이가 6세 유치원 언니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유난히도 자주 아팠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아이를 데리러 신랑이 혼자 유치원에 갔다.


블랙 맨투맨을 입고 블랙 캡 모자에 블랙 마스크를 착용하고 가는 신랑

누가 봐도 좀 수상하지 않을까?


신랑 나름대로 깔맞춤으로 멋(?)을 부렸는데

단속 경찰이 있다면 신분증 확인 해보자며 붙잡힐 비주얼로 보였다. (신랑 미안)


유치원 주차장에 도착했다며 연락이 왔다.

신랑은 담임 선생님 연락처를 모르기에

내가 대신 선생님께 연락해 주었다.


선생님이 아이 손을 잡고 주차장으로 내려왔는데

선생님 눈에도 수상해 보였나 보다.


아이 손을 꽉 잡고 한걸음 뒷걸음치며


"★아. 아빠 맞아?"

하고 물었다.


그런데 아이는...

대답을 하지 않는 게 아닌가.


더더욱 수상한 눈빛을 보이자 신랑은 다급하게

모자와 마스크를 벗으며 아이를 불렀다.


"★. 아빠 맞잖아.... 선생님 아빠 맞아요..."


아이가 선생님 손을 놓고 다가오자 중 선생님은 그제야 안심을 하고 아이를 보내주었다고 한다.

카세트 안전벨트를 해주며 아이에게 물었다.


"아까 왜 아빠라고 안 했어? 아는 척해주지. 선생님이 놀라셨잖아."


"삼촌이라 할걸..."


아이는 실실 웃으며 아빠에게 장난쳤다.


신랑은 어처구니가 없어

그럼 안된다며 아빠 아는 척해줘야 한다며

아이와 대화 나누며 내려왔다.


집에 오자마자 이 일을 이야기해 주는데도

그때 당시 생각이 나서인지

신랑 표정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삼촌이라 할걸..."


어째 아이 입에서 그런 농담이 나왔는지 아직도 신기하다.



며칠 전 날이 추워지며

감기 기운이 보이는 아이를 또 데리러 갔다.


아침에 등원하기 전에 아이에게 일러두었다.


"★, 오늘 아빠가 유치원에 너 데리러 갈 거야. 엄마는 소아과에 가서 접수하고 대기하고 있을 거야. 오늘은 아빠 아는 척해줘. 알았지? 지난번처럼 선생님 놀라게 하지 말고. "


"알았어. 그런데 이제 선생님도 아빠 알아. 걱정하지 마."


신랑은 아이가 유치원에서 신발 신고 나오면서 손 흔드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내주었다.

난 병원에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요샌 소아과 미리 접수하지 않으면 대기자가 너무 많아 한참 기다려야 하거나 진료를 못 받는 경우가 생긴다. 소아과도 계획을 세우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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