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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Nov 21. 2023

엄마와 이모의 우울을 대하는 법

넌 그래서 T니? F니?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난 우울했다.

동생과 어딜 돌아다녀도

감흥이 오지 않았던 적이 있다.

동생이 찍어준 내 모습. 우울 그 자체였다. 나도 놀랬다.


그 어느 날 아이에게 부모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해야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하원하는 아이를 반기며 아이에게 말을 했다.

"♥아. 엄마 오늘 우울했어."


"엄마, 왕할매 보고 싶어서 그렇지? 우울해하지 마. 왕할매가 보고 싶으면 하늘을 봐. 왕할매는 하늘에서 우릴 보고 있어. 나도 유치원에서 하늘 봤어."


"진짜?"


아이의 대답에 놀랬다. 하늘을 봤다니. 하늘을 보라니.

"엄마. 울고 싶으면 울어. 대신 조금만 울어. 너무 많이 울지 마. 나랑 놀아야 하니까."


아이가 엄마를 위로했다.

아이의 사랑스러운 눈망울을 바라보며 손을 꼭 잡고 같이 하늘을 보곤 집에 들어왔었다.


한 달 후 어느 아침.

동생이 잘 자고 여전히 누워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아. 이모 우울해서 빵 샀어."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말똥말똥 쳐다보기만 했다.

동생은 기대한 바가 있어 보였다.

아무 수확도 얻지 못한 동생은

조용히 방을 나갔고

아이는 내 귀에 속삭였다.

"엄마. 이모가 무슨 빵 사 왔을까?"


"글쎄. 이모한테 물어봐."


나 또한 빵이 더 궁금했다.

(난 INTP다.)


아이는 이모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모 빵 어디 있어? 무슨 빵이야?"


동생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동생의 장난이구나 싶었다. (사실 요새 유행하는 밈인 줄 몰랐다.)


"미안. 이모가 거짓말한 거야."


아이의 입은 삐죽 튀어나왔고 이모의 우울함 따윈 관심 없었다. 아이도 이모가 거짓말 한 걸 알고 있었던 것인지. 이모에게 왜 우울한지 물어보지 않았다.

한 달 전 내가 우울하다 했을 땐

그리 위로 잘하던 아이인데

이모의 우울함보단 빵을 먼저 찾는 아이라니.

동생은 웃으며

"퇴근하면서 빵 사 올게." 하며 약속했다. 그리고 남은 미련도 보였다.


"♥아. 근데 이모 우울했다니까?"


아이는 그저 미소를 띠며 이모 곁을 떠났고 외로운 질문만 남았다.


"언니 ♥이는 T 같은데?"


"아닌데. F 같은데?  아직 어려서 파악하기 힘들어. 그래서 왜 우울한데? "


동생은 나의 질문에 혼자 빵 터졌다.


밤에 유튜브 봤다가 아침부터 따라 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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