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받고 싶다.

범인 넌 잘 살고 있냐?

by 넌들낸들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3/11/21/627A747VKFAVLOIYX2KFHVHZIE/

며칠 전 이 뉴스를 보았다.

종종 이와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다.

피해자는 있는데 처벌받지 않고

용서조차 구하지 않는 인간들이 보인다.

나도 피해자였다.

아직도 사과받지 못했다.


초등 5학년 때

부산에 이례적으로 눈이 많이 내렸다.

아파트 단지에 눈에 쌓여

아이들도 어린들도 신이 나 눈을 맞이했다.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해보았다.

놀 땐 좋았다.


얼어붙는 눈은 미끄럽고

흙탕물 범벅으로 하얀 세상이 더러워졌다.

어릴 때 진득진득해진 바닥을 보며

세상이 마냥 새하얄 수가 없구나 하며 깨달았다.

그땐 감수성이 풍부한 시기였다.


다음날 오후 3시쯤,

질퍽했던 땅은 얼어붙어 미끄러웠다.

학원 다녀온 나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한 발짝 한 발짝 떼며 걸어왔다.

이제 다 왔다 싶던 그 순간

번쩍 별이 보이며 기절했다.

만화에서 번쩍하던 게 거짓이 아님을 그때 알게 되었다.


경비 할아버지께서 쓰러진 나를 코 앞에서 봤던지라

바로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왔다.

평소 경비 할아버지와 친하게 지내다 보니

단박에 우리 집을 알고 찾아오셨다.


엄마와 이웃분들이 이래저래 마사지해 주셨고

경비실에선 안내방송을 했다.


난 전날 꽁꽁 뭉친 눈덩이에 맞았다.

하루 지난 눈덩이는 얼음이 되었다.

몇 층에서 던졌는지 몰라도

고층에서 떨어졌고

날이 너무 추워 털모자를 쓰고 간 나는

두툼한 털모자를 쓰고 있어 다행히 죽거나 큰 부상을 입진 않았다.

털모자를 쓰지 않았다면 뇌진탕? 뇌출혈로 쓰러지지 않았을까? (그래서 자주 두통이 찾아오나?)


눈덩이를 올려놓았던 아이.

대충 범인이라 추측했던 아이가 있었다.

내 또래의 아이, 13층에 살던 아이.


사과를 하러 오지 않았다.

경비실에서 눈덩이나 뭐든 던지지 말라고

안내 방송과 함께

내가 아주 큰 중상을 입어 119 구급차에 실려갔다며 오버스러운 안내 방송이 계속 들렸다.


사과받고 싶은 마음과 함께 맞은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부끄러운 일도 아닌데

이웃 어른도 엄마도 날 보며 웃으니 부끄러웠다.

꽁꽁 언 눈덩이에 맞아 쓰러졌다며

우스운 에피소드 하나 만든 아이가 되어있었다.

어른이 되고도 에피소드에 웃는다.


하지만 난 웃어지지 않는다.

위험한 일이었고

죽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여전히 그 범인이 누굴까? 그때 잡아 제대로 혼을 내고 사과를 받았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만 크다.


내가 겪은 일이라 그런지

뉴스를 보고 너무 화가 났다. 왜 매번 같은 사건이 반복되는지.

분명 아이는 하면 안 되는 행동이란 걸 알았을 것이다.

아주 위험한 행동이란 걸.

본인이 잘못한 행동을 했으면

용기가 없어도

부모에게 등 떠밀려서라도 용서를 구하러 가야 한다.

그 부모도 당연히 같이 해야 한다. 부모가 먼저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그런 올바른 어른들이 있어야 아이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바른 가치관을 지닌 사람으로 자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양심의 무거운 짐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피해자의 아픔도 덜어질 것이고...


수십 년이 지나도 난 사과받고 싶다.

내가 타깃이 된 이유가 뭘지 혼자 온갖 생각을 다 했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오로지 나뿐이라?

평소 나에게 악감정이 있어서?

사이코패스라 사람 한번 죽여보고 싶어서?

눈덩이의 파워를 그저 실험해보고 싶어서?

맞을지 모르고 그냥 던졌는데 운 나쁘게 당한 걸지도 모른다는 등등

별별 생각을 해보아도

용서해 줄 수 있는 그 어떤 건더기가 보이지 않는다.


다신 그 어떤 미디어에서 이런 사건이 나왔다는 뉴스를 보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이런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란다.


할아버지 좋은 곳으로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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