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안 하게 되네요

내가 뭐 하러 간 거지...

by 넌들낸들

아이가 태어나고

1년에 한두 번 아이 물건을 정리해 나눔을 했다.


나에겐 둘째는 없다.

하나라도 잘 키우자는 마음으로 아이 물건을 빨리 처분한 것도 있지만

나날이 성장하는 아이로 인해

빨리빨리 바뀌는 옷과 책, 장난감들이 쌓여가는 집안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친구에게 주변 이웃에게

당근으로 나눔도 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눔을 하면

추억을 같이 공유할 수 있어 좋았다.


우리 아이가 물려준 옷을 입고 있는 사진을 보내주면 그 옷 입었을 때 생각이 나면서

괜스레 아이 예전 사진도 찾아보게 되었다.

같은 옷 다른 느낌이 아니라

같은 옷 다른 추억을 공유해서 너무 좋았다.


특히 여아라 몇 번 못 입은 드레스의 경우

더욱 추억 이야기 소환 되었다.


여전히 예쁜 옷들은 주변에 나눔 하곤 한다.


작년 겨울까지 꾸준히 나눔 하던 곳이 있었다.

그곳에 가기 전에 난 무척이나 바빴다.

아이 장난감은 작동 잘되고 잃어버린 부품 하나도 없는 것들만 골랐다. 그리고 소독티슈로 구석구석 다 닦았다.

옷들은 세탁은 기본이고 코트류는 드라이까지 해서 이염 하나 없이 보풀 없이 깨끗한 옷만 챙겨 주었다. 세트 옷들은 따로 비닐로 담아 세트임을 딱 표시해 주었다.

신발도 해진 거 없이 다 세탁해서 챙겨갔다.


담당 선생님께서는 깔끔하게 정리된 옷과 장난감 등을 보고 좋아해 주셨다.

감사하다는 표현도 해주시며 음료수라도 가는 길에 마시라며 챙겨주시기도 했다.


그러다 작년 겨울

바리바리 싸들고 간 아이 용품을 센터에 가져가니

담당자분이 안 계셨다.


수녀님이 나오셔서는 날 어이없게 만들었다.

아니 먼 길 운전 하고 짐 들어준 아빠를 화나게 만들었다.


"이런 거 주지 마세요."


"네?"


"아니 어제 담당 선생님이 정리하시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요. 쓸 수도 없는 것들이 많아서 쓰레기 처리 비용이 더 많이 나왔어요."


"아뇨. 수녀님. 제가 가져온 물건 상태가 쓰레기 인지 아닌지 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이런 걸 가져오지 말라뇨. 저는 그동안 버릴 물건 가져오지도 않았고 지금 여기 보세요. 심지어 세탁소에서 드라이까지 해서 가져온 겁니다. 그리고 저 장난감들은 소독 티슈로 일일이 다 닦고 새 건전지까지 넣어 들고 왔어요. "


수녀님이 물건을 쓱 보시더니

"제 말은 어제 담당 선생님이 너무 고생하시는 거 같기에...." 하며 말을 흐리셨다.


기쁜 마음으로 아이 물건 기부하러 왔는데 기분이 상했다.


"수녀님께서 하신 말씀 무슨 말인지입니다. 뉴스에서도 기부한다면서 쓸 수도 없는 물건 보낸다며 나오더군요. 고생 많으신 거 압니다. 하지만 전 지금껏 그런 짓 한 적도 없고요. 담당 선생님께서는 제가 가져오시는 물건 기쁜 마음으로 받아주시면서 이건 누구 줘야겠다며 챙기는 모습을 봤을 때 그 모습이 행복해 보이셔서 매번 여기에 기부했습니다."


난 내 할 말 하고 그곳을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도

아빠는 화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앞으로 여기 기부하지 마라. 기부할 곳 없으면 버리던가."


"워낙 쓰레기들을 보내니... 이해는 되는데... 그래도 기분이 좋지만은 않네..."


난 그 뒤로 발길을 끊었다.


그래서 나눔도 니즈에 맞춰하게 되었다.

치마와 드레스를 좋아하는 아이집에 주는 옷 따로

운동화 좋아하는 아이 따로

그림책 좋아하는 아이 따로

그러니 서로가 좋았다.


주는 기쁨도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것도 큰 행복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나눔 했더니 친구에게 대접받았다.

이 또한 나눔의 기쁨^^

고마워 근사한 생일상이었어. ♥

또 보내줄 게 있어. 내년에 정리해서 보낼게♥


Ps. 제발 나눔 하시는 분들 양심적으로 하시길...

쓸 수 없는 걸 나눔 한다고

인심 쓰듯 보내지 않길...

깨끗하고 바람직한 세상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써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