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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Mar 18. 2024

봉미선 씨 마음을 알 거 같아요.

짱구는 못 말려는 현실 육아 애니메이션이었다.

아침에 눈뜨면

따뜻한 물 한잔 마시고 정신을 차린다.

유치원에서 사용한 수저 세트 2개(죽수저와 점심수저), 보리차물 챙겨준다.


오늘도 유치원에서 맛있게 먹고 오길 바라는 마음도 담아 보낸다.


아이를 깨우기 전

아이를 위한 따뜻한 물을 준비한다.


엉덩이를 토닥 머리를 쓰담

볼에 뽀뽀를 하며 깨우다가

그래도 일어나지 않으면

마구 간질간질을 해버린다.


까르르까르르 거리며

꿈틀거리며 눈을 뜨는 아이의 입가엔 미소가 절로 띤다.

개구쟁이 엄마의 딸로 태어난 우리 아이는

아침부터 엄마표  애정을(괴롭힘?) 마구 느낀다.


식빵과 과일잼,

혹은 과일

혹은 국과 밥

혹은 주먹밥

혹은 달래장 계란비빔밥 등

아침 메뉴를 직접 골라 먹는다.


아이가 정한 아침밥이라 더 잘 먹는다.


오늘의 픽은 식빵에 딸기잼


엄마표 딸기잼을 굉장히 좋아한다.


맛있게 먹고 난 후 고양이 세수와

나름 꼼꼼한 양치를 마치면

옷 입고 머리도 단정히 묶는다.


비타민 젤리 하나 먹으며 외투를 입기 전 꼭 물어보는 멘트가 있다.


"쉬 또 할래? 혹시 응가 신호 안 와?"


아이는 매번 안 한다고 거절한다.


스마트폰에 알람이 울리고

아이는 신발을 신고 나간다.

밖에서 유치원 버스가 오길 기다린다.


그런데 가끔 땀 흘리게 만드는 멘트가 들린다.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들리는 불길한 멘트...)


"엄마 신호 왔어..."



"뭐? 아까는 안 한다며..."


아이를 안고 부랴부랴 계단을 순식간에 올라와

내 신발만 벗고는 아이를 안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이 운동은 한겨울에 당해도 땀이 난다.

날이 포근해진 오늘, 한 여름은 더 많은 땀을 흘린다.


변기에 앉은 아이를 보며 아침 차량 선생님께 전화를 한다.


"선생님... 저희 아이가 갑자기 응가 신호가 와서 도로 집에 올라왔어요."


"네 어머님 밑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보니 웃으며 받아주신다.

나만 멋쩍어 웃게 된다.


"엄마 응가 성공이야..."


"다행이다. 속 편하게 유치원에서 놀 수 있겠다. "


다시 아이를 안고 대충 신발을 신은채 계단을 내려가 차에 태운다.


작년에는 집 앞 골목 상하수도 공사로 인해

유치원 버스가 집 앞에 못 오고

윗 블록(1분 거리)에서 타야 했을 때가 있었다.

그때도 난 아이를 들쳐 안고 왔다 갔다 진땀을 뺐다.

심지어 앞 코스 아이를 태우고 난 후 차량이 돌아와

다시 우리 집 앞에 온 적도 있다.

상습범인 우리 아이... 엄마만 늘 미안해하며 기사님과 선생님께 사과와 부탁을 한다.

아이는 그저 웃는다.

본인 속은 시원하니까...


아침부터 땀 빼고 나면

어릴 적 동생이 즐겨 보던 애니메이션이 떠오른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보고 넘긴 장면인데

짱구엄마가 짱구와 짱아를 둘 다 들쳐 안고 뛰어가던 모습, 자전거 타고 어린이집을 가기 위해 오르막을 힘겹게 가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엄마 정말 육아 정말 잘하셨구나....

살림마저 잘했구나... 하며

나와 비교하게 된다.



나만 당하던 아침의 불길한 멘트...

오늘 생리통이 심해 신랑이 아이 배웅을 했다.


그런데 아이가 응가 신호가 왔다며 전화가 왔다.


"애 안고 얼른 올라와"


난 바로 선생님에게 전화를 했다. 이번 3월부터 아침 차량 선생님이 달라지셔서 아직 어색한데...


아이 배변은 실패였다. 신호만 오고 나오지 않았다.

아이를 안고 내려간 신랑.

당황했다.

버스가 떠나고 없었다.


선생님은 기다리시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는지

다음 코스 아이를 태우고 오겠다고 연락이 왔다.


신랑도 오늘 아이 보내놓고 집에 와서 하는 말


"짱구 엄마 생각났어. 버스 가고 없는데 순간 호주머니에 차 키 찾게 되더라. 유치원에 데려다줘야 하나 하며..."


신랑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


잠옷바지 입고 내려갔으면서 차 키를 찾다니...





차량 선생님과 기사님 가끔 아이의 응가 신호로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집에서 매번 누게 하는데

가끔 아이가 밖에서 차 기다리다가

갑자기 이렇게 신호가 오네요...


매번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아이 때문에 늦게까지 차를 기다리게 되는

아이들과 어머님께 사과 인사 드립니다.


출처:짱구는 못말려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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