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환이가(가명) 그러는데 산타할아버지는 없데? 태환이 엄마가 그렇게 말했데. 선물은 엄마 아빠가 사주는 거라고.. 진짜 없어?"
"아냐. 진짜 있어."
아직은 7살, 아이의 동심을 지켜주고 싶었다.
"그럼 엄마 산타할아버지는 어떻게 집에 들어와? 우리 집은 굴뚝도 없는데?"
"베란다로 들어와."
"그럼 문 열고 자야겠네. 근데 내가 우는지 엄마 말 안 듣는지 어떻게 알아?"
"저기 밖에 CCTV 달린 거 보이지? 산타할아버지에게는 특별한 CCTV가 있어 우릴 지켜봐."
"그럼 내가 쓴 편지는 어떻게 줘?"
"엄마가 우체국에 가서 편지 보내 달라고 신청해. 우체부 아저씨만 전해줄 수 있어."
"나도 가보고 싶은데... 직접 만나고 싶어.
근데 엄마 산타할아버지는 왜 빨간색 옷 만 입는 거야?"
"산타할아버지만의 전통이야.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그런데 평소엔 다른 옷도 입어 배달할 때만 빨간 옷 입어 그게 마법 옷이라서 썰매도 끌 수 있어. "
"그런데 루돌프는 어떻게 우리 집까지 오는 거야? 집이 먼데? 너무 힘들잖아. 아이들이 너무 많잖아? 다 돌아다녀야 되잖아. 루돌프 불쌍해. 이번에도 루돌프에게 선물 줄 거야. "
(올해도 크리스마스 깊은 밤 루돌프에게 주는 당근.. 몰래 조용히 먹어 치워야겠다...)
"그렇지, 정말 신기하지? ♥이가 매번 크리스마스 때마다 산타할아버지와 루돌프 간식 챙겨주니 힘내서 선물 전해주나 봐... 이제 그만 자자.."
"그렇지만 너무 신기해서 잠이 안 와... 왜 어른들한테는 선물 안 주는 거야?"
"그건... 어른들이 바라는 건 산타할아버지는 줄 수가 없어. 어른들은 돈과 집과... 엄청 비싼 거 원하거나 건강을 바라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걸 바라기도 하거든... 그리고 어른이 되면 산타할아버지에게 바라지 말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되거든. 엄마처럼 갖고 싶은 거 직접 사는 거지."
아이와 난 산타할아버지 이야기를 했고
크리스마스 그림책도 보았다.
벌써부터 트리 옆에 산타할아버지에게 드릴 선물과 편지를 장식해 둔 꼬마 아이는
기쁜 꿈을 꾸며 자고 있다.
그런데 아이와 대화를 되새겨 보니...
산타는 CCTV로 사생활 몰래 보는 범죄자?
베란다 올라타 남의 집에 들어오는 도둑
루돌프 학대범? 몇 시간 고되게 썰매 끌게 하는 동물학대범이 되었다.
동심 지켜주다가
범죄를 쉽게 여기게 만드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되는 밤이다.
번외.
산타 할아버지 사진 네 컷을 본 아이와 나눈 대화입니다.
"엄마 산타할아버지만 비행기 타고 우리나라 와서 이렇게 사진 찍은 거야? 루돌프는 어쩌고?"
"아냐. 푸바오가 중국 갈 때처럼
화물칸 타고 같이 왔어."
"그럼 우리나라에서 루돌프 썰매 타고 다녀?"
"아니 그건 크리스마스 때만 하늘 날아서 다니는 거야. 사람들 몰래 선물 전달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