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요."
"앗! 안돼... 유치원 다녀와서 엄마한테 뽀뽀도 안 해줬으면서..."
(딸에게 가스라이팅 하는 나... ㅋㅋ)
아이는 웃으며 달려와
내 목을 껴안고
터프한 뽀뽀를 날린다.
서로 웃으며 우린 냉동실 문을 연다.
"아빠가 어떤 아이스크림 사놨는지 볼까?
음.. 바밤바"
"아니."
"그럼 비비빅? 이건 너무 딱딱한 거라 너 앞니 빠져서 먹기 힘들겠는데?"
"그건 다음에 맛볼래요."
"그럼, 메로나?"
"응!"
아이의 다급한 손을 무시한 채
"엄마 한입만~먹고 줄게. "
야무지게 한 입 먹었다.
그래도 아이는 해맑았다.
아직은 긴 아이스크림이라
소파에 앉아있던 내 동생이 한술 거들었다.
"이모도 한입만"
순진한 아이는 냉큼 이모에게 아이스크림 내밀었다.
부엌에 있는데 동생이 깔깔 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왜 무슨 일인데?" 하며 거실로 갔더니
짧아진 아이스크림 들고 멍하니 웃는 이모를 보고 있었다.
동생의 입엔 메로나가 가득!
아이도 결국 웃음이 터졌다. 이모의 모습이 웃겼나 보다.
"어.. 어.. 아이스크림 녹아. 녹기 전에 얼른 먹어."
소파에 앉아 아이스크림 먹는 아이.
걸핏하면 기침감기 걸리는 아이라
7세 언니가 되었는데도
온전한 아이스크림 하나 제대로 못 먹어본 아이.
그 순간 떠오른 나와 동생의 어린 시절.
엄마는 우리 아이스크림 왜 뺏어 먹었지?
한 입만 해놓고 절반을 뺏어먹었는데
내가 아이 아이스크림 한 입만 하고 먹어도
엄마처럼 왕창 먹지는 않는데
엄마도 우리가 감기 걸릴까 그랬을까?
아니면 그냥 뺏어먹은 걸까?
근데.. 그 당시 엄마의 웃음은
그저 장난 같았다.
그 모습에 약이 바짝 올랐던 나...
다음엔 안 속아야지 하며 다짐 했던 동생의 모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