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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Jan 20. 2023

맘 들끓는 내과

코로나는 아니고 왜 아픈 거지?

지난 토요일

굉장히 아팠다.

지난 삶을 되돌아봐도 그날처럼 많이 아프긴 첨이다.


지난 화요일 아이가 아픈 후 다음날 코로나 확진 판정받았다.

이제 아이는 정상 컨디션 되찾았지만

그 피로도 때문인지

내 몸이 좀 피곤했다.


아점을 먹고 몸살감기 기운인가 싶어 집에 상비약을 찾아 먹었다.


판피린

감기 조심하세요~


오랜만에 보는 병이 반가워 원샷했다.


판피린 마시고

한 시간쯤 되었을 무렵

몸이 더 안 좋아졌다.


혹 나도 코로나??

여태까지 안 걸리고 버텼는데 나도 드디어?


얼른 집에서 검사해 보니 한 줄...

아직은 아니네 하며 안심했지만

몸은 갈수록 증세가 심각했다.


잠깐 집에 들른 엄마가

"너 안색 안 좋다. 감기 아냐? 애 도로 아프기 전에 약 먹어라." 하며 이제 막 코로나 완쾌한 아이를 걱정했다.


아이랑 낮잠을 자는데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오더니 골반에서 발목까지

하반신 마비가 되는 거 같았다. 저린 걸 넘어서 아팠다.

이리저리 움직여 보아도 너무 아팠다.


그러다 숨이 가쁘고 식은땀이 나고...

오한이 오는 듯했다.

열 재보니 38.6도...


아이랑 단둘이 있는 주말

자가 격리 중인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갈 체력도 남아 있지 않아 누워 버텼다.


엄마가 아프면 아이는 짠하다.

혼자 냉장고에서 체리를 찾아 꺼내 먹는

야무진 아이를 보니 아파 누워있는 내가 한심하고 미안했다.

정신력으로 버티고 버티다 결국 아빠에게 SOS를 청했다. 아이 좀 봐달라고


아빠를 부르자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엄마는 강하다는데 근육통과 호흡장애로 인해 눈물이 쏟아지다니...

119에 전화해 상태를 말하니

역시나 코로나로 의심했다.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길

구급대원이 아무리 전화를 돌려도 응급실에서 코로나 의심 환자 받을 수 없다고 한다.

결국 병원을 찾지 못하고

도로 집으로 왔다.


판피린 먹은 후 아프다고 하니

통증을 참을 수 있게 집에 있는

타이레놀 먹으면 좋아질 거라 했다.


난 특이 체질이다.

타이레놀 먹으면 구토와 숨 가쁨이 온다고 알려주자

집에 부루펜 있으면 그거라도 먹어보라고 권했다.

아이 시럽이 있었던 터라

집에서 먹고 다시 뻗어 누웠다.


식은땀 흘리며 아픈 상태로 하룻밤을 지내고

그다음 날부터 미치게 속 쓰림이 시작되었다.

일부러 물을 많이 마시고

밥도 억지로 잘 먹어도 속이 화끈 따가웠다.

숨 가쁨은 잦아들었지만

가슴이 계속 답답했다.


월요일이 되자

아이를 부모님께 부탁하고

병원에 갔다.


늘 가던 병원에 갔어야 했는데

작년 헬리코박터균 치료 한 내과를 갔어야 했는데...

거긴 예약을 하지 않으면 대기 한 시간이라

아픈 몸으로 오래 기다리기 싫고

어디 가나 약 잘 지어주겠지

하며 근처 가까운 병원에 갔다.


대기 환자 없는 병원

바로 의사 선생님 만날 수 있었다. 인상이 날카롭고 무뚝뚝한 사람이었다. 늘 가던 병원의 의사 선생님은 서글서글 인상이 워낙 좋아서 긴장하며 상담 안 하는데 여긴 긴장이 되었다.


"어디가 아파서 왔나요?"

"네, 토요일에 판피린을 먹은 후 한 시간이 지나자

몸에 식은땀이 나며 열이 오르더니 숨이 가빠오고

아이 낳고 평소 산후통 겪는 하반신만 집중 공격으로 근육통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밤에 부루펜 먹고 통증은 사라졌는데 속이 너무 쓰리고 이젠 마른기침도 너무 많이 나오고 해서... "


"환자분 그렇게 말하지 마시고 정확히 어디 아프고 치료받고 싶은 건데요?"


"아니 그래서 제 몸 상태를 이야기했잖아요."


"환자분 어디 가서 이렇게 말하지 마세요!! 할머니도 아니고 오만데 아픈 구석 다 말하고 있어요. "


"네?" 내가 뭘 잘못한 건지 모르겠다. 그동안 병원에 그리 설명해 왔는데 약이  안 맞으면 약봉지까지 들고 가서 보여주며 설명을 자세히 해드렸는데... 여긴 뭐지? 내가 뭘 잘못한 거지?? 싶었다. 잠깐 멍 때리자


"그래서 어디가 아픈데요?"


"하... 기침이 젤 못 견디겠어요."


"콧물이나 가래는 없죠?"


"네 감기는 아닌 거 같은데 갑자기 기침... 집에서 코로나 검사 주말 동안 했는데 한 줄만 나왔어요."


"네 그래도 여기 오면 다 두줄 나옵니다. 못 먹는 약 없죠?"


"가끔 약 먹음 안 좋은 건 타이레놀 먹으면 구역감이 들거나 혹은 진짜 구토를 할 때도 있어요."


"하.. 그럼 지어줄 약이 없는데요(인상을 쓰며)"


의사의 말에 난 또 할 말을 잃었다. 지금이라도 늘 가던 내과로 옮길까... 화가 나 나도 인상이 써졌다.


"그리고 이제 판피린은 먹지 마세요. 몸에 안 맞으면 안 먹으면 되지. 판피린 왜 먹었어요. 시중에 판매하는 약 아무거나 먹으면 되겠어요?"


뭔가 혼나는 기분이 들었다.

나와 주사 맞고 처방전 받고 약국에 가는데

그때서야 분통이 터졌다.

이러니 환자가 없지.

누가 찾아오겠냐?

와.. 의사가 왜 저래?


환자한테 저렇게 불친절한 분은 첨이였다.

약을 받고 집에 오는데

어이가 없었다.

엄마 아빠 얼굴 보자마자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마구 쏟아부었다.


쏟아부어도 부어도

분이 삭히지 않았다.

화가 너무 나니 아픈 것도 잊게 되고


그래도 기침이 너무 심해 약을 먹으려고 보니...


기가 찼다.


떡하니 보이는 타이레놀...


저 약들을 먹어도 가슴 통증과 숨이 답답하고 기침은 심하고 어지럼증까지 왔다. 나와 맞지 않는 약이었다.

약을 먹고 나면 생활이 힘들 정도로 어지럽고 답답했다. 밤에 자려고 하면 신물이 올라오는 듯하고...

결국 그 뒷날부터 약을 아예 먹지 않았다.

그랬더니 가슴 통증과 숨 가쁨이 가셨다. 마른기침도 덜 나온다. 글 쓰는 와중에도 사실 기침은 간간이 나오고 있지만 덜 나오는 편이다.


저 약은 쳐다도 안 보고 있다.

엄마표 약을 먹고 있다.

사랑의 대추차.

오늘밤도 대추차 한잔 따뜻하게 마시고 꿀 잠을 자고 일어나야지.





다른 병원 내과 의사 선생님께

똑같은 상황을 말해드렸다.


의사 선생님은 분노하시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이 세상에 약이 얼마나 많은데

환자 분한테 맞지도 않는 약을 지어주냐고 하셨다.


그리고 어떤 병원에 가든 타이레놀과 판피린 등 맞지 않았던 약의 대해 설명 꼭 해줘야 한다고 했다.


난 특정 약 성분에 과민 반응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항생제도 맞지 않는 게 있다는 걸 알았다.

그동안  약을 먹으면 더 심하게 아팠던 이유를

이 나이 먹어서야 알게 되었다.


혹시 약물 알레르기 있으시다면 꼭 병원에 가서 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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