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넌들낸들 Jan 26. 2023

내 직업은 지난 추억이 되었다

일타스캔들 보다가...

우리 집 꼬맹이는 엄마가 안경 쓰는 걸 좋아한다.

아이를 재우고 나면 글을 쓰는데


아이는 "엄마 꼭 선생님 같아" 


"엄마 원래 선생님이었어."


"예쁘다" 


"진짜? 그럼 안경 매일 쓸까?"


하며 가끔 놀 때도 직접 안경을 가져온다.

 

아이 출산 후 시력보호용으로 맞춘 안경이라 도수는 없다.

그저 블루라이트 차단 정도?

책을 보거나 폰으로 글을 쓰다 보니

안경을 착용 여부에 눈의 피로도가 다르다.


신랑은... 내가 안경 쓴 모습을 보고는

여보 바로핑 닮았다.. 하며 놀리기도 한다.

바로핑의 성격이 나랑 비슷한 점이 있다... 피곤한 타입.. ㅋㅋ잔소리가 많다.


신랑도 쉬고 아이도 어린이집 가고

오래간만에 넷플릭스로 드라마나 몰아보자 하며

이것저것 스캔하며 살펴보다가

<일타스캔들>이란 드라마를 찾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정경호 배우의 연기를 너무 좋아한다. 너무 자연스러운 연기와 딕션 또한 좋아 자막 없이도 드라마 시청이 가능한 배우 중 한 명이다.

그리고 전도연 배우님도 늘 센 캐릭터... 어두운 작품만 하다가 오랜만에 밝은 모습의 연기를 보니

너무나도 반갑고 편안했다.

좋아하는 배우들의 만남이라 무조건 볼 수밖에 없는 드라마가 생겨버렸다.


출산 전까지 학생들과 함께 했던지라

교육 업계 바람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엄마들의 입김도 잘 알고 있고


드라마가 매우 현실적이지만

학생 연기와 정경호 역의 강사가 눈에 들어왔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딕션으로 수학 수업이라니

정경호 선생님이 수업을 나도 들었다면

수포자로 살진 않았을 텐데...

연기지만 저 수학 수업 듣고 싶고 문제 풀이가 듣고 싶었다.


내가 수학을 좋아했던가? 하면서 말이다.


드라마 내용보다 수학 수업을 더 듣고 싶다니...


커피로 끼니 때우며 텐션 올리는 강사의 모습을 보니 지난 강사 시절이 떠올랐다.

나 또한 그랬다.

쉬는 시간과 수업 전 커피를 마시고 시작했다. 밥 먹을 시간이 없었다. 집에 오면 10시 11시... 그때야 먹는 저녁? 야식?

그렇게 생활 한지 6개월 만에 위에 무리가 왔고,

1년이 되었을 때 내시경 결과...

내 위는 하얀 점 세상이었다.

(내시경 전 겔포스 먹고 왔냐고 오해받을 정도로 하얀 점이 가득했다)

8년 차에는 목에 림프종이 생겼다.

10년 차에는 성대결절이 왔다.


쉬는 시간 5분씩 총 4타임을 뛰었고

150명의 학생들을 만났다.

한 타임당 25명의 아이들을 작은 강의실에서

낙오 없이 끌고 가려면

강사의 텐션이 매우 중요하다.


어느 부분은 연극을 하듯 오버도 하고

아이들 언어도 써가며

친구인 듯 어른인듯한 포지션을 취하지만

결코 만만해선 안 되는 카리스마도 있어야 한다.


위염이 점점 심할 무렵,

학원에 선생님들과 트러블이 생겼다.

내 몸이 아파지자 난 작은 교습소를 했다.


내 강의가 인기가 많았다. 딴 선생님 수업 듣다가 내 강의 듣는 아이들이 생겼다. 난 본사에서 내려오는 수업자료 외에 나만의 수업 자료도 만들었었다. 수업 교재 만드는 재미가 좋았다.


아이들 많이 받지 않는 소수정예로 교습소를 오픈하고 내가 만든 수업 자료로 수업 진행했다.

매달 어떤 책으로 아이들과 수다를 떨지

어떤 뉴스거리로 아이들의 생각을 들을지 기대하며 만들다 보니

수업 자료는 노트북에 가득 쌓였다.

초1부터 중 3 아이들을 위한 수업 커리큘럼

지난 10년간 매주 이슈 거리 뉴스 기사들

내가 가진 재산이다.


아이가 크면 다시 교습소를 운영할지 안 할지 모르지만

재산으로 간직하고 있다.


비록 그 재산...

노트북 고장 나서.. 날아가게 생겼다.

USB에 다 옮겨두지도 못했는데....



드라마 보다가 괜히 센티해졌다.

갑자기 학생들이 보고 싶고 수업이 하고 싶어졌다.

(지금은 내 새끼 키우는 재미에 빠져 늦은 시간까지 교습소에 매달릴 여유가 없다.)



나를 힘나게 했던

학생들이 했던 말 중에



학교 수업보다

선생님 수업이 더 재미있어요.


티브이에 나오는 쌤보다 선생님 수업이 더 재미있어요.


비교당하는 입장일 땐 기분이 안 좋지만

아이들의 입 바랜 멘트는

지친 텐션을 다시 끌어올리게 한다.


오늘 생각나는 나의 제자 한 명...


그때 당시 중1,

시험 기간 주말에 특별히 수업을 봐주었다.

전교 1등인 아이

봐줄 것도 없다.

혼자 잘하는 아이인데

공부하는 내내 표정이 밝지 않았다.


"민주야 너 고민 있니?"

"네... 불안해서요"

"뭐가?"

"저 지금 1등인데 올라갈 곳은 없는데 내려갈 곳만 있잖아요. 1등에서 내려오는 게 너무 무서워요."

이 멘트에 옆에 친구는

"와... 재수 없어."

하며 툴툴거렸다. 성적을 올려야 하는 아이 입장에선 고민도 아닌 고민을 하는 저 아이가 얄미웠을 것이다.


"마음고생 중이구나... 혹시 집에서 성적 떨어지면 뭐라 하니? 마음이 괴로우면 더 집중도 안되는데 즐기는 자가 되어야지. 시험 한두 번 못 친다고 해서 너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아. 더 좋은 원동력이 될 수도 있는 거지. 아직 중1인데 벌써부터 학업 스트레스가 있으면 어떡해? 좀 더 놀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 아이에겐 내 위로가 귀에도 마음에도 담기지 않았을 것이다. 성적 유지가 목표인 아이였기에... 결국 성적 유지를 해냈지만... 고3까지 장기간 학업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내야 하는 아이를 보니 짠했다. 좀 더 친구들과 놀고 소설책도 보고 산책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좋을 텐데...

드라마 속 학생들이 성적 1등급에 연연하며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지난 일이 떠올랐다.


출처: 캐치 티니핑 인스타


작가의 이전글 맘 들끓는 내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