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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Feb 07. 2023

미스터리 스토리 - 배고픈 엄마와 아이 귀신

저 언니랑 놀아도 돼?

엄마는 식당을 하신다.

주로 저녁에 퇴근길에 두루치기와 소주 한잔 하기 위해 오거나

야간 근무 마치고 따끈한 어묵탕이나 닭볶음탕 먹기 위해 찾는 작은 식당이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엄마 가게 반찬은 나물로 가득했다. 홀로 사시는 분들께 반찬 싸주시기도 한 천사 엄마.



오늘 이야기는 10년 전 실화이다.



소소한 음식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는 건  사람만이 아니었다.

식당엔 늘 엄마와 아빠가 두 분이서 밤늦게까지 장사하는데

어느 날 엄마가 하는 말이

"요즘 너희 아빠가 밤에 혼잣말을 하며 앉아있다. 귀신이 홀린 사람처럼 웃기지도 않아."

하는 게 아닌가.

옆에 있던 아빠는

그런 적 없다며 엄마가 괜히 이상한 소리 한다고 질색했다.

난 그저 엄마가 아빠 혼자 생각에 빠져 있는데

멍 때리고 있는 모습이 보기 싫어 그런 소리 하나 했다.

어느 날 아빠는 할아버지 제사가 있어 큰 댁에 가야 했다. 늦은 시간 가게에 엄마 혼자 있다가 진상 손님이라도 오면 겁나니 나라도 엄마가게를 지켰다.

요리도 못 하는 내가 도와줄 거라곤 설거지나 서빙일 뿐이었다. 그중 동네에 사는 친구들 불러 매상 올려준 게 제일 잘한 일이다.


새벽 1시쯤 되자 졸음이 몰려왔다. 테이블에 손님은 앉아있고 난 너무 졸렸다.

나의 졸음이 찾아온걸 엄마는 눈치채고

가게 쪽방에 들어가 누워 있어라 했다.

손님도 곧 갈 눈치였다.


파전이 막걸리 마시고

한숨 한 번 쉬고

"누님 참 살기 힘드네요. 딸이 결혼하는데 아빠란 사람이 돈도 없고..."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나온 후 택시 운전 하시는 손님으로

단골이 되면서 엄마에게 누님 하며 넋두리하러 찾아오는 손님이라 나도 얼굴을 잘 알고 있었다.

자주 오는 손님이니 엄마는 넋두리 들어주고 난 방에 누웠다.


너무 졸렸던 탓에 금방 잠이 들었다.

넋두리하던 마지막 손님이 가고 엄마도 피곤한 몸을 뉘었다.

엄마와 오랜만에 같이 누워 자는구나 하며 선잠을 자는데 가게에서 손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아직 손님이 있나?

엄마가 차려주고 잠깐 들어왔구나 생각하며

일어나기 싫어 귀만 연채 계속 누워있었다.


분명 새벽인데 아이 소리가 들렸다.

7~8살 되는 앳된 여자 아이 목소리와 나긋한 아이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저런 어린아이를 데리고 다니냐... 집에서 애를 재워야지... 무슨 일이기에 이 시간에 여기 식당에 찾아왔을까?'

혼자 생각에 빠지며 소리를 기울였다.


"엄마 방에 오늘은 처음 보는 언니가 있어. 나 저 언니랑 놀아도 돼?"

"그럼.. 가봐. 괴롭히지 말고"


'뭐지? 가게에서 내가 방에 누워있는 건 어떻게 알고 있지?'


아이가 점점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난 눈감고 있는데 그 형상이 보이는 것 같았다.

점점 다가올수록 아이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였다.

주황색 줄무늬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는 여자아이는 발랄해 보였다.

긴 머리 위로 높이 묶어 포니테일을 흔드며

신이 난 그 까만 눈동자가 점점 또렷이 보였다.


방으로 들어와 내 코 앞까지 왔다.

아이가 다가올수록 난 귀신이구나.

난 지금 가위눌렸구나.

가게에 엄마 목소리도 귀신이구나.

하며 깨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다.


옆에 누워있던 엄마가 날 툭 쳤다.

그 순간 가위에서 풀리고

아이 귀신은 까르르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가게는 불이 꺼져있었고 아무도 없었다.


엄마에게 상황을 말하자

 "어제도 아이 귀신이 돌아다니길래

과자 하나 사주고 돌려보냈는데... 고 녀석이 또 왔나 보네. 그리고 네가 들은 엄마 귀신이 아빠한테 말 거는가 보네 아빠가 계속 귀신한테 홀려서 잉야기 열심히 들어주고 있던데 "하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뭐야? 진짜 귀신이야? 너무 무서워 엄마... 나 왜 계속 귀신 소리가 들리지... 어릴 때부터 종종 왜 이렇게 들리지 너무 무섭고 싫어"

한숨을 내쉬며 하소연했다.

"아무래도 엄마 신기가 너한테 영향을 끼쳤는갑다. 신경 쓰지 말고 무시해라. 귀신 소리 들리면 무서워하지 마라. 니가 벌벌 떠는 거 귀신은 단박에 안다. 지 마라."


하지만 엄마의 그 말은 나에게 위로가 되지 않았다.


다음날 엄마가 그 귀신 모녀 밥상 차려주고

승천하라며 기도 해주었고

그 뒤로 가게에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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