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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Feb 12. 2023

여긴 금연구역입니다.

선생님도 담배 피우지 마세요.

완벽한 FM적인 모범생은 아니었지만

나의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면

난 모범생이라 자부한다.


고2 야자를 앞두고

저녁 식사 시간은 자율이라

학교 밖에서 먹고 들어와도 상관없었다.

나의 단골 메뉴는 분식집

그중 냄비 우동을 파는 집과

떡볶이와 여러 가지 튀김류를 파는 분식집을 자주 갔었다. 어떠한 사건으로 난 분식집 발길을 끊었다.


홀에 자리가 없어 친구들과 서서 떡볶이를 먹다가

룸에서 먹는 학생들과 분식집 아줌마의 수상한 거래를 목격했다.


룸에는 떡볶이와 짜장 라면을 먹는 무리들이

아줌마에게 담배 심부름을 부탁했고

아줌마는 담배를 전해주는 게 아닌가...

그 순간 이 떡볶이 집에 정이 떨어졌었다.

그리고 바로 담임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고

선생님이 총알같이 뛰어와

담배 심부름을 시킨 일당을 끌고 갔다.


혼쭐 나는 학생들을 보니 통쾌했다.

분식집 아줌마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껄렁껄렁한 학생들이 종 무서웠을까.

먹고살아야 하니 학생들의 입김에 발길 끊을까

담배 심부름 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른으로써 학생들에게 끌려다닌 모습이 짠하진 않았다.


그 후 학교에서는 저녁 급식까지 시행되며

자유 식사는 사라졌다.


밖에 잠깐 콧바람 쐬고 들어오는 자유를 잃은 난 폭주했다.

선생님 또한 나에게 비밀 요원 자격을 주었다.

선도부나 학생부 소속이 아닌 암행 요원이었다.

소속 인원 오로지 나 하나지만 뒷배에 날 지지 하는 선생님들은 굉장히 많았다.



바른 학생 지도부


선생님들이 즉흥으로 만든 거라 촌스러운 명칭이었지만 완장을 찬 나는 신나서 임무를 수행했었다.

, 옆반, 화장실, CCTV  사각지대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 신고하는 게 주된 임무였다.

학교 전체가 흡연 구역인데 담배 피우는 선생님들 반성하세요.

난 교실 내에 누가 담배 소지 하는지 다 알고 있었던지라 감시가 필요치 않았다.

화장실에서 누군가 담배 피우면 문자로 바로 선생님들께 보내고 누가 신고했는지 학생들은 아무도 몰랐다.


그렇게 걸린 애들 중 담배 끊기 시작한 친구도 있었고 뜬금없이 나에게 다가와

"나 담배 끊고 있어." 하며 개과천선을 시도하며 졸업할 땐 딴 아이가 되어있던 반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난 학생들만 뭐라 하지 않았다.

교내는 다 금연 구역이지 않은가!!


선생님들이 교내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만 보여도

전속력으로 선생님께 달려가

담뱃불을 끄게 만들었다.


"교내는 금연 구역입니다. 학생은 물론 선생님 들과 해당되오니 담배 꺼주시길 바랍니다. 화단에 버려지는 담배꽁초 발견되지 않도록 선생님들께서 먼저 모범을 보여주십시오."


몇몇 선생님들은 피게 해 달라며 조르기도 하고

간식으로 회유하기도 하고

야자시간 과제 협박 하신 분들도 계셨지만

결국 다 나에게 지고 말았다.

보일 때마다 잔소리하고 금연 구역 흡연 시 벌금을 나에게 내라며 선생님들 삥 뜯으려고도 했다.

때로는 선생님 입과 옷에 담배 냄새난다며 혼내고

건강 관리 차원에서 제자가 이야기하면

제자의 말을 듣는 것도 스승으로써 해야 될 도리라며 귀에 피나게 말하니

어느 순간 나만 보이면 선생님들은 담배를 꺼내다 도로 넣으셨다.

그런 선생님들이 너무 귀엽고 좋았다.

선생님들도 날 예뻐하고 좋아하셔서 마음껏 까불 수 있었다. 어떤 학생들은 질투하기도 했다. 선생님과 제자 사이가 각별하고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혼내시지 않고 웃고 넘기시니 말이다.

수업 시간에도 깐죽 거릴 때도 있는

짱구 같은 학생인데

귀여워해 주셨던 기억이 많이 남아있다.


그리고 난 교내 금연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

매점에서 박카스 한 병 사들고 교장 선생님 면담을 했다.

교장 선생님께선 웃으며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교장 선생님, 전 이 학교를 굉장히 사랑하는 학생으로서 선생님들 또한 법을 잘 지켜주었으면 합니다. 국민 건강 증진법에 의거해 교내는 금연 구역입니다. 학생들은 당연히 금연하는 게 맞지만

몇몇 선생님들은 굉장한 골초이십니다.

선생님들의 건강도 염려되어 금연 구역임을 강조하며 유도했지만 제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선생님들이 좀 계십니다. 아무 곳에서나 담배 피우지 않고 깨끗한 교내를 유지하기 위해 흡연실을 별도로 만들어 그곳에서만 선생님들 흡연하도록 하는 게 어떨까 생각 듭니다. 선생님들 휴식 공간이 따로 있는데 흡연하지 않은 선생님들은 그곳에서 담배 피우시는 선생님들 때문에 고통받아 쉴 곳도 없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휴게실 청소 당번들은 그곳에 갇힌 담배 연기에 강제로 간접 흡연 당하고 있습니다. 이건 학생들의 건강에도 매우 해롭습니다. "

하며 구구절절 말했더니 교장 선생님께선 당장 흡연실을 따로 만들어주셨다.

남 녀 선생님 각각의 휴게실은 쾌적해졌다.


나의 이 일화로 몇몇 선생님은 내가 정치를 할 거 같다는 둥

뉴스에서 보게 될 거 같다는 둥

여러 말을 남기셨지만

다 칭찬으로 들렸다.


그중 최고의 칭찬은

"너 글만 잘 쓰는 줄 알았더니 말도 잘하네"


조사만 바뀌었는데

난 세상 날아갈 듯 행복하게 웃었던

그날을 늘 가슴에 품고 살았다.


예쁜 제자들에게

"너희들 말도 잘하는 예쁜이들 되자" 하며 늘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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