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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Feb 22. 2023

초대하지 않는 손님

소고기 냄새에 찾아온 길냥이

갈수록 길냥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유독 우리 가족을 잘 따르는 길냥이가 있다.


집까지 종종 찾아 온다.

아이가 임신 하기 전 집 앞에서 만난 길냥이

너무 예쁘게 생겨 눈길이 갔다.


지나가다 보이면 쓰담아주며 친해졌다.


학원에 출근 하려는데

길냥이가 현관문 앞에 앉아 있었다.


한쪽 눈이 심하게 부어 있었고

난 출근 해야 했지만

마침 휴뮤 였던 신랑이 동물 병원에 데려갔다.

진드기에 물린거였는데

난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다보니

큰 병인줄 알아 신랑에게 결과를 들을 때까지 조마조마 했었다.

병원 진료 후 집에서 쉬게 해주었더니

그 뒤로 은혜를 갚았다.


동박새를 잡아오지 않나

바퀴벌레 잡아 놓지 않나

쥐를 잡아 놓지 않나


허구한 날 선물을 갖다바치는 바람에

신랑은 고양이 몰래 치우느라 고생했다.

대놓고 치우면 상처 받을 까봐 주변을 살피고 치웠다.


그리고 내가 퇴근길이면 찾아와 집에 같이 들어오고는 길면 한 시간 정도 쉬었다가 다시 현관으로 가 '야옹' 거렸다.


현관문을 열어 달라는 건가 싶어 열어주니 냉큼 나갔다. 그리곤 문 앞에서 기지개 시원하게 켠 뒤 뒤돌아 날 보며 눈을 깜빡이고는 계단을 내려갔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지만

바깥 생활을 하다보니 집에만 있기 불편하구나

가여운 녀석...

나랑 같이 살면 좋을텐데...

하며 혼자 생각했다.


거의 매일 찾아오고

늘 낮잠 다 자고나면 홀연히 떠났다.


늘 찾아오니 고양이 쿠션이며 밥그릇, 간식, 사료, 장난감, 영양제등등 고양이 집사가 되어 사게 되었다. 폰에는 고양이 사진으로 가득 찰 정도였다.

늘 쿠션에서 잘 자던 녀석이 어느날 내 품이 안겼다. 그리고 냄새를 맡았다. 내 배에다 대고 막 쓰다듬고 몸을 부비적 거렸다.

나에게 마음을 열었구나. 같이 살까? 하며 애정을 보였는데

그 뒷날 수육을 삶다가 난 구역질이 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테스트기를 해본 결과 두줄이 나왔다. 고양이가 먼저 나의 임신을 눈치 챈거였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내 무릎에 앉아 쉬었다가

홀연히 나갔다.


출산을 하고 아기를 데리고 오자

한파라 그런지 보이지 않았다.

나도 아기를 보느라

잠깐 잊게 되었다.

날이 풀리자 다시 나타났다.


신기하게도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빌라 앞에서 인사만 하고 사라졌다.


아기가 아장아장 걸어다니자 가까이 다가왔다.

관심 보이다 귀찮아했다.

차밑으로 숨어버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내가 혼자 있으면

어디선가 나타나 다리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몸을 비벼댔고 벌러덩 누워 애교도 부렸다.

그 모습을 보면 길냥이가 아니라 내가 키우는 고양이였다.


아이가 계단을 오를 수 있게 되자

고양이도 같이 계단을 오르며 기다려줬다가 먼저 올라갔다하며 앞장 섰고

집 앞까지 와서는 현관에서만 놀다가 갔다.

문 열어 놔도 거실로 방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고기 먹는 나에게 레이저 쏘듯 계속 쳐다봐 먹는 내내 불편했다.

현관에 박스나 쿠션을 주면 앉아 쉬다

야옹 거린다.

현관문을 살짝 열어주면 쿨하게 떠난다.

뒤돌아보지도 않는다.


매일 찾아오지도 않고 일주일에 한 두번 오는데


어제는 저녁에 동생이 한우 안심을 굽고 있었다.

난 분리수거를 위해 현관문을 열었다가 너무 놀랬다.

이 녀석이 갑자기 기척도 없이 들이닥쳤다.

쏜살같이 들어오는 바람에

"엄마야~" 하며 놀라 가슴을 쓸어안았다.


고양이가 온게 반가워 우리 아이는 고양이 간식을 꺼내와 그릇에 부워주었다.

좀 컸다고 고양이 간식도 챙겨준다.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먹어치워 놓고도

우리가 밥 한술 뜰때마다 야옹 거렸다


곤드레밥과 안심을 구워 먹는데 고양이의 시선이 너무 따가웠다.

-왜? 간식 먹었잖아

-야옹

-고기 먹고 싶어?

-야옹

-안돼! 이건 우리꺼야.

-야옹 야옹

-조금 줄까?

-야옹


아주 조금 잘라주니 허겁지겁 그릇을 핥아 먹었다.

아무래도 밖에서 부터 고기 냄새를 맡고 온게 틀림이 없었다.

가끔 부엌 창문 열고

고양이 이름을 부르면 쪼르르 나타나

현관문을 긁기도 했다.

부엌창을 열고 소고기를 굽는 바람에

이 녀석이 좋아서 찾아온 것 같다.

순식간에 안심을 먹어치우고 빈접시에 미련을 보였다


이제 나이도 많아 송곳니도 빠지고

사료를 줘도 안먹고

멸치나 생선을 줘도 안먹고

츄르나 가스오부시 주면 환장하고 먹던 녀석인데

한우 안심은 또 입에 잘 맞았는지

여러번 리필해달라고 야옹 거리다

배가 찼는지 꾸벅꾸벅 졸았다.


길냥이 치고 팔자 좋은 녀석

입이 고급인 녀석이다.



오늘은 부대찌개 끓여먹으니

고양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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