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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Mar 03. 2023

왕따 놀이 들어보셨나요?

어머님? 당장 와주세요.

사진 출처:더 피알



더글로리 시즌 2가 다가오고

매일 같이 학폭 기사가 올라오고

우리나라 청소년들 과연 괜찮은 건가? 걱정이 될 지경이다. 우리 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을지도 겁이 난다.


6년 전  11월 말


바람이 부는 날이라 아이들이 추울까 봐  히터는 틀어놓고 수업 준비를 했다.

문득,

만삭 임산부였지만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어

학원 청소 하고 아이들이 오기 전에

냉큼 1층 카페에 들러 양심상 아이스 라떼 한잔 사들고 3층으로 올라갔다.(임신 중 커피는 카페인 때문에 안 좋다고 하지만 전 안 먹어서 스트레스받느니 한잔 마시고 텐션을 끌어올려 수업을 했답니다.)


무거운 몸으로 계단을 오르는데

5년  한별이(가명)가 쪼그려 앉아있었다.


"한별아, 왜 안 들어가고. 교실에 안 들어가고 왜 여기 있어?"


아이는 눈치만 보고 대답도 없이 앉아만 있었다.


학원이 들어가니 홀에 아이들이 우르르 모여 수다를 떨고 있다 나를 반겼다.


"한별아 얼른 들어와 추워 감기 걸려."


"그냥.... 조금 있다가 수업 시간에 들어갈게요."


"한별이 학교에서 뭔 일 있었어?" 


같은 반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충격적인 말을 했다.


"오늘은 쟤가 왕따데이예요. 어제는 얘였고 오늘은 쟤가 왕따거든요. 그래서 안 어울리고 저기에 있는 거예요. 내버려 두세요."


"뭐? 왕따 데이??? 이게 말이야? 방귀야? 이게 놀이니? 이게 재밌어? 소현아. 어제 너 재미있든?? 누가 이 놀이하자고 시작했어?"


너무 기가차 화가 났다. 이 말도 안 되는 놀이가 다 있다니!!


"박세은이요."

 

교실에 앉아 있던 남학생이 한 아이를 지목했다.

평소 친구들 이끌고 놀던 여자아이였다.

리더십 있고 똑똑하지만 욕심이 많은 아이라고 늘 생각했던 아이가 주모자였다.


"박세은? 너야? 왜 이런 놀이 시작했어?"


"쌤 이거 학교에서 유행이에요. 다 한 명씩 돌아가요."


"세은이 넌 왕따데이 겪어봤니??"


"아니요. 제가 왜 해요?"


잘못 모르고 당돌하게 말하는 아이를 보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김한별! 들어와! 얼른!! 이런 시답잖은 놀이에 왜 동참하는 거니? 동참하고 방관하는 너희들의 행동이 올바른 거야?"


이토록 화내는 선생님의 모습을 본 적이 없던 아이들은 기가 죽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별이도 쭈뼛 들어오며 눈물을 보이자 세은이는


"한별. 너 때문에... 꺼져"


"야! 박세은! 이게 끝까지!! 친구한테 꺼져가 뭐야?"


"쌤 이건 욕도  아닌데요. 우리끼리 잘 쓰는 단어예요."


"와... 세은아 선생님은 너한테 너무 실망이다. 널 2 학년부터 봐 왔는데 이런 아이인 줄 전혀 몰랐어. 너 꺼져. 왜? 욕 아니라며? 꺼져란 말 들으니 너도 듣기 싫지?"


세은이는 그때서야 사태를 파악했다.

선생님이 제자에게 꺼져라고 말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놀란 아이들을 뒤로 교실에서 핸드폰을 꺼내와

제일 먼저 세은이 어머님께 전화를 했다. 당장 오시라고...

그리고 한별이 어머님도 말이다.


나머지 아이들은 토요일 보강 해주기로 하고

문제집 풀게 시켰다. 5학년 학부모님께 단체 문자 보내어 토요일 보강 수업을 약속했다.

도무지 웃으며 수업할 수가 없었다.


집에 있던 엄마들은 내 전화에 부랴부랴 달려왔고

이 사달이 난 이유를 듣자 놀랬다.


세은이 엄마는 한별이 엄마에게 사과했고

세은이도 그제야 한별이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왕따 놀이 당한 아이들 모두에게 사과하기로 나와 약속했다.


늘 주인공이고 자기 뜻대로 친구들을 주무르던 세은이는 날 만나 크게 혼쭐이 났고, 본인 자식의 참모습을 안 어머님 또한 학부모님들 사이에서 조심스러웠다.



아직도 유행한다는 왕따데이....

이 놀이 처음으로 만든 사람 도대체 누구야!!!!

 




* 아이들 이름은 다 가명입니다

* 현명한 사람이라면 이런 쓸데없는 행동들 따라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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