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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Mar 08. 2023

3월 기합의 계절

고작 1살 차이로 군기 잡기

3월 고등학생이 되고 선배들의 동아리 가입 홍보가 마구 시작되었다.


유독 독서부 선배들이 교실 앞까지 찾아와

홍보를 하기에

갑이 되어 튕구었다.

앞날도 모르고 말이다.


독서를 워낙 좋아했고

중학생 때 독서부 활동하며

연극 시나리오도 써보고 시 쓰기 논술 대회 등 활동을 해온 터라 내 이마에 독서부 출신이라 적혀있는 건가? 하며

고등학교 독서부에 가입했다.


가입 후 선배들의 드잡이가 시작되었다.


나름 기강 잡기 한다며

정자세로 앉기부터

밤늦게까지 기합을 주었다.


아니 도대체 내가 왜 엎드려 받쳐하며 기합을 받고

몽동이로 맞아야 하지?

고작 한 살 차이 나는 주제에


두 살, 한 살 차이 나는 사촌 오빠들한테도

반말해가며 노는 나로서는

도무지 용납이 되지 않았다.


또 학교 앞 분식집 룸에 3학년 선배들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장기자랑을 하라고 시키는 게 아닌가...

가요에 맞춰 춤추고 개그를 선보여야 하는 굴욕을 맞았다.

너무 치욕적이었다.


그러다 나와 같이 가입한 동기 중에

몸이 아주 약한 녀석이 있었다.

천식?? 간질??

뭔가 병이 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 연약한 몸으로 기합 받고 쓰러지자 몽둥이로 때리는 모습에 난 빡 돌았다.


쓰러진 친구를 데리고 학교를 나왔다.


다음날 아침


독서부 담당인 학생 주임 선생님을 찾아가


"고작 한 살 많다고 유세 부리며 기합 주고 때리는 게 학교 전통인가요? 이런 게 진짜 학교 전통이라면 교육청에 신고하겠습니다."

하고 교무실에서 크게 말해버리자.


주변 선생님과

선생님을 찾아온 학생들이 다 날 쳐다봤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에게 다가가

"앞으로 학교 전통이라며 방과 후 OT 시간 참석 하지 않겠습니다. 가봤자 3학년 선배들이 신입생 교육을 명목으로 기합만 줍니다. 제가 뭘 그리 잘못한 게 많아 이 학교에 들어오자마자 기합만 받아야 합니까? 계속 이 말도 안 되는   OT를 받아야 한다면 전학 가겠습니다."

하고 말하자


선생님은 웃으며

"안 해도 돼."

하며 쿨하게 대답해 주셨다.


그리고 난 동아리 선배를 찾아가

동아리 탈퇴 선언을 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동기들도 탈퇴했다.

신입생이 줄어든 초라한 독서부로 전락해 버렸고

독서부 선배들은 선생님께 혼이 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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