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고등학생이 되고 선배들의 동아리 가입 홍보가 마구 시작되었다.
유독 독서부 선배들이 교실 앞까지 찾아와
홍보를 하기에
갑이 되어 튕구었다.
앞날도 모르고 말이다.
독서를 워낙 좋아했고
중학생 때 독서부 활동하며
연극 시나리오도 써보고 시 쓰기 논술 대회 등 활동을 해온 터라 내 이마에 독서부 출신이라 적혀있는 건가? 하며
고등학교 독서부에 가입했다.
가입 후 선배들의 드잡이가 시작되었다.
나름 기강 잡기 한다며
정자세로 앉기부터
밤늦게까지 기합을 주었다.
아니 도대체 내가 왜 엎드려 받쳐하며 기합을 받고
몽동이로 맞아야 하지?
고작 한 살 차이 나는 주제에
두 살, 한 살 차이 나는 사촌 오빠들한테도
반말해가며 노는 나로서는
도무지 용납이 되지 않았다.
또 학교 앞 분식집 룸에 3학년 선배들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장기자랑을 하라고 시키는 게 아닌가...
가요에 맞춰 춤추고 개그를 선보여야 하는 굴욕을 맞았다.
너무 치욕적이었다.
그러다 나와 같이 가입한 동기 중에
몸이 아주 약한 녀석이 있었다.
천식?? 간질??
뭔가 병이 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 연약한 몸으로 기합 받고 쓰러지자 몽둥이로 때리는 모습에 난 빡 돌았다.
쓰러진 친구를 데리고 학교를 나왔다.
다음날 아침
독서부 담당인 학생 주임 선생님을 찾아가
"고작 한 살 많다고 유세 부리며 기합 주고 때리는 게 학교 전통인가요? 이런 게 진짜 학교 전통이라면 교육청에 신고하겠습니다."
하고 교무실에서 크게 말해버리자.
주변 선생님과
선생님을 찾아온 학생들이 다 날 쳐다봤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에게 다가가
"앞으로 학교 전통이라며 방과 후 OT 시간 참석 하지 않겠습니다. 가봤자 3학년 선배들이 신입생 교육을 명목으로 기합만 줍니다. 제가 뭘 그리 잘못한 게 많아 이 학교에 들어오자마자 기합만 받아야 합니까? 계속 이 말도 안 되는 OT를 받아야 한다면 전학 가겠습니다."
하고 말하자
선생님은 웃으며
"안 해도 돼."
하며 쿨하게 대답해 주셨다.
그리고 난 동아리 선배를 찾아가
동아리 탈퇴 선언을 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동기들도 탈퇴했다.
신입생이 줄어든 초라한 독서부로 전락해 버렸고
독서부 선배들은 선생님께 혼이 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