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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한다 Apr 23. 2022

독서하기 좋은 때

독서사색

“아들도 책 많이 읽죠?”


백 번은 족히 들은 질문, 범상인보다 많이 읽는 걸로 보이고 더군다나 출간까지 했으니 당연한 궁금함이고 당연한 추론일 거 같다만 보란듯이 땡! 실로폰이 있다면 쨍쨍하게 쳐주고 싶다. 땡땡땡!


내 독서는 입사 이후부터 시작됐다. 첫 직장이 지방에 있어 매주말마다 왕복 8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내야했는데 도통 잠이 오지 않더라. 고민 끝에 효과 좋은 수면제 바로 책이었다. 근데 나중엔 두근대는 가슴 때문에 도통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무슨 책을 완독할까 참 설레였거든.


그러고보니 30대때 독서기행 환상의 10여년을 보냈다. 차타고 여행하면서 독서로 유영하는…그러니 그 엄마의 그 아들이 벌써부터 읽겠냐고. 물론 나보다 좀더 그 때를 먼저 맞이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시도를 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꽤나 집요하게 권해보았다.


손잡고 도서관도 가보고 독서캠프도 보내보려고도 했다. 전집을 사놓고 얼르고 달래고를 하기도 했다.최승필의 <공부머리 독서법>에 밑줄 빡빡 쳐가며 학습만화라도 보는 게 어디냐며 위안을 삼을 때도 있었다만 아무튼 현재까지 실패


“엄마가 책을 좋아한다고 나도 꼭 그러리라는 법은 없잖아. 내가 읽고 싶은 것 위주로 볼게. “ 가슴이 쿵, 실망 가득. 정수복의 <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 이 문장에서 잠시 숨을 골랐다.


“독서는 힘없는 한 인간이 야만적인 세계에서 비속해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며 혼탁한 속물적 세계에서 비판적 인문주의자로 살아가는 방법이다. “ 그래, ‪이 얼마나 처절하고 고독한 몸부림을 꼬마에게 함부로 권하다니 이게 왠말이더냐.


빠른 포기, 고집 피우지 않기, 지켜보기…아이에게 투영된 내 욕망은 덜어내고 아이의 숨어있는 기량은 찾아주고 살려주기 위해 묵묵히 지원하며 도와주는 게 내 역할이거늘 그거면 됐다. 단 조마심 내지 않기. 이젠 더 당당하게 이야기하련다.


“아이에게 독서하기 좋은 때는 아직 오지 않았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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