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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한다 Apr 25. 2022

카르페 디엠, 내 심장 쫄깃한 독서

독서사색


새벽 1시간 남짓 매일 책을 읽는다. 속도는 250페이지 정도의 가벼운 에세이 정도는 완독 가능한 수준. 언제부터인가 다 읽지 못하면 숨이 막힐 것 같은 압박감도 느낀다. 심호흡 여러 번, 널뛰는 가슴을 찬찬히 어루만지기까지 한다. 희한하게도 뭔가 쫓기는 듯한 조급함이 생기는 건 왜일까. 마치 전투적으로 책으로 세상과 맞선 사람처럼 오늘도 분주했다.


이런 날 생경하게 볼까봐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사실 전투적 읽기를 무척 즐긴다. 이유를 굳이 찾자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스르르 녹아버리는 아이스크림처럼 유유히 일상이 흐르는 게 심심하기 때문. 정신이 또렷한 깨어있는 시간 중 한 시간 정도는 정중동 삶에 거칠고 강하게 물장구 한바탕 치고 싶거든. 마치 중2병 앓는 사춘기 소녀처럼


그래서 이권우의 <호모 부커스>에서는 책읽기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것을 꿈꾸는 ‘혁명’이라고 했나보다. 호모 부커스 한명 한명이 모두 혁명가라고 했다. 매일 변신을 꾀하고, 지배적인 것, 압도적인 것, 유일한 것, 의심받지 않는 것을 희롱하고, 조롱하고, 딴죽 걸고, 똥침 놓는 호모 부커스


슬로리딩 애찬론자들은 바쁜 생활에서 ‘쉼표’ 같은 게으른 독서를 하라 조언한다. 게걸스럽게 책을 탐닉하고 빨리 읽어야 하는 강박에서 벗어나라고. 그런데 모든 게 섬광처럼 빠르게 변하는 혼돈의 세상 속에서 매일 책읽기로 변신과 변화를 꾀하고, 전복을 꿈꾸는 자들에겐 긴장감을 동반한 속도 또한 중요한 이슈다.


흔히들 책을 ‘사고의 기계’라고 하는데, 기계 작동을 위해선 자신만의 빠름을 찾고, 이에 맞는 조절과 적용은 필수적이다. 물론 여기엔 단서가 붙는다. 정신 집중! 그래야만 문맥을 이해하고, 내용을 파악하며, 의미를 추론할 수 있다. 결국 슬로든 퀵이든 집중력을 바탕으로 한 자가 스스로 책 읽기의 주인이 되는 것


문득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에서의 파울 첼란의 ‘빛의 강박’ 시구가 생각난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하늘에서 허공에서

눈의 가위로

그 손가락을 잘라라.

너의 입맞춤으로

이렇게 접혀진 것이 숨을 삼키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접혀진 것'은 바로 '책'을 나타내고, 세상을 변모할 수 있는 건 '눈의 가위', '너의 입맞춤' 같은 직접적인 행위를 의미한다. 빠르게 읽기를 플로우하다가 잠시 숨을 참고 중요한 부분을 접어본다. 이에 보태어 고대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가 말한 ’카르페 데임(Carpe diem)’를 조용히 외쳐본다. 오늘이 지난 내일은 믿지 않을 테니 난 당장 책과의 이 격렬한 전쟁을 온전히 즐기겠다고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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