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어디까지 써봤어요?

by 변한다


결국 글 쓰는 기본이란 뭐죠? 이금주, 박찬성 작가와 공저한 책 '드라마 아카데미'의 1부 '드라마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에게' 편에서 노희경 작가는 '솔직함'이 글을 쓰는 기본이라 말했습니다. 그는 대사를 써놓고 자문했을 때 이것이 아는 척이고 누군가를 가르치려 하는 것이라 생각되면 지운다고 했습니다.


“거짓말을 많이 할수록 자존감이 낮아진다. 거짓말은 대부분 타인을 의식하는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습관은 내상에 취약하다. ‘자아정체성 출혈’이라든가 ‘자존감 골절’이 생길 수 있다. 게다가 치료법도 없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솔직해져야 한다고 믿는다.” <#점장아님주의, 편의점>, 석류


다른 사람들은 어떨 때 읽고 쓰는지 이런 저런 책들을 보고 있는데요. 노 작가 같이 글을 쓸 때는 가감없이 솔직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룹니다. 그런데 내 생각을 좀 더 보태자면 너무 솔직한 것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정도까진 되지 말아야 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받아들이는 측에선 아직 그 솔직함을 수용하고 이해할 자신이 없을 뿐더러, 그럴 의도도 없고 처지가 되지 않을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죠. 어떻게 보면 솔직함이 협박이나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겠습니다. ‘내가 이정도로 깠는데, 너는 어디까지 솔직할 수 있어?’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초지일관 격하게 솔직한 나도 내 나름대로 그 수위조절에 노력을 들이는 편입니다. 그렇다셈치더라도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는 지라 쉽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죠. 여기 나보다 훨 나은 고수가 있는데, 앞서 작가와 밥벌이 경계에서 4년 5개월 편의점 알바 일상을 담은 <#점장아님주의, 편의점>의 석류 작가의 이 충고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또 다시 템포조절을 다짐합니다. 이번 생은 전업작가로는 정말이지 참 어려울 것을 담담하게 예견하는 솔직하고 담담함 그리고 묵직함에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비관적이거나 자조적이지 않았습니다. 현실을 묵묵하게 받아들이며 씩씩하게 본인의 생을 꾸려나가는, 불평불만만 하다 이 아까운 세월을 흘려 보내느니 당당히 맞서 살아내는 게 백번 천번 낫지. 에헴 이런 결기 또한 느껴졌고, 아무튼 이 세상에 글쓰며 다른 일 하며 생계를 꾸려 나가는 모든 이들에게(변한다를 포함한) 축복과 용기를 달라며 하늘 한번 보고, 책 한번 보고 수십번 고갯짓을 했습니다.


사실 솔직함은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깨끗함, 그리고 단단함과도 이어집니다. 결코 꾸미지 않는 명료하고 거짓이나 과장으로 더럽혀지지 않은 그 진실이 결국 보는 이들에게 큰 감동과 울림을 선사하죠. 더불어 쓰는 이에겐 다부진 다짐이 결국 때론 삶을 견디어 낼 수 있는 묵직한 무기가 되어 돌아옵니다. 마지막으로 좀 더 솔직할까 말까 망설이며 글을 쓰는 분들에게 등 두드려주는 윈스터 처칠의 한마디를 빌려 보탭니다. If you are going through, keep going!” “만약 당신이 지옥길을 걷고 있다면, 계속해서 전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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