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얽힘 풀기 : 주의산만
주변을 정리하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 그레첸 로빈
요즘 거실 마루 바닥을 보면 주 2회 흔들던 줌바연습을 제대로 하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며칠 전, 그동안 묵은 때로 잔뜩 더러워진 마루를 전문 세정제와 수세미로 닦아내어 반짝거리게 만들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보면 "그게 그렇게 기쁠 일이야?" 하고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겐 그게 장족의 발전이자 과감한 도전이었습니다.
사람이 너무 달라지면 죽을 때가 가까워졌다고 하죠?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단순히 변화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지방 근무 시절 기숙사의 더러운 환경에 피부병이 날 정도로 심각했었는데, 그런 내가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사실 청소를 좋아하지 않았고, 주변 정리도 대충대충 하던 사람인데 말이죠. ‘대충’이란 말을 입버릇처럼 하던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내 삶의 주변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일어난 자리를 대충 치워두었던 제가 이제는 이불도 가지런히 개고, 화장실 변기도 3일에 한 번씩 청소합니다. 샤워 후 머리카락은 하나하나 찾아서 변기 물에 내려보내며, 두 번 입은 옷은 무조건 빨래통에 넣습니다. 패딩이나 코트도 마찬가지로, 물빨래가 아니라면 빨래방에 맡깁니다.
나의 소확행은 특히 빨래 후 향기와 여유에 있습니다. 건조기에서 갓 나온 따뜻한 화이트 머스크 향기를 맡는 게 요즘 저의 큰 즐거움입니다. 그 향기를 킁킁 맡으며 한참을 기분 좋고 산뜻한 여유를 느낍니다. 또, 매달 한 번은 거실 카페트를 들고 7분 거리에 있는 24시간 셀프 빨래방에 가서 세탁과 건조를 합니다. 빨래방에서 책을 한 권 읽으며 근처 카페에서 테이크아웃한 라떼 한 잔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게 어느 섬에서 모히토 한 잔 마시는 여유와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확행을 '소비'로 여깁니다. 고가의 패딩점퍼 대신 명품 립스틱을 사서 기분을 낸다거나, 유럽 대신 이국적인 제주도로 여행을 간다거나 하는 것들이죠. 이런 소비가 나를 만족시킬 수는 있지만, 그 이면에는 ‘나는 이 정도는 소비한다. 그래서 만족한다. 그런데 너는?’이라는 과시적인 욕구가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 행복의 본질은 흐려지고 무엇을 소비할지에 대한 갈증만 커지게 되죠.
김난도 교수는 올해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아보하’를 언급했어요. 아보하는 과시적인 소확행과는 달리, 특별한 일 없이 무탈한 하루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뜻합니다. 남에게 과시하지 않고, 오직 자신에게 집중하는 태도죠. 내가 한 청소는 '소확행'보다는 '아보하'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에게...그게 뭐라고?” 하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고 온전히 나와 내 자리에 집중하는 것이니까요.
일본의 경제학자 오마에 겐이치는 <난문쾌답>에서 인간을 변화시키는 세 가지 법칙을 제시합니다. 첫째, 시간을 달리 쓰는 것, 둘째,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셋째,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이 세 가지 법칙은 지금 제 청소와 딱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늘 펼쳐놓았던 시간을 이제는 정리하고, 제 주변을 신경 쓰며 정리정돈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변화를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정리정돈'이라는 새로운 친구를 느즈막히 중년에 사귄 것 같은 기분이죠.
돌이켜보면, 요근래 이직과 아이 교육 등 내 안의 수많은 생각들이 가끔은 정리되지 않고 흐트러져 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이제는 내 주변이 정리되면 생각들도 한층 더 명확해지는 것 같아요. 소확행이든 아보하든, 소비보다는 생산적이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며, 청결과 정리정돈과 친구가 된 이 시간을, 여러분도 한 번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복잡하고 어지럽고 산만하다면 일단 집안 청소부터 해보세요. 아마도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