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평화와 자아 회복 : 반성
어느 회사에서 홍보 마케팅에 대한 조언을 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회사의 서비스 수준과 현재의 마케팅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 점검하기 위해, 나는 직접 돈을 들여 몇 가지 서비스를 체험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은 간단했습니다. 다른 유사한 서비스들과 비교했을 때, 현재 이 서비스는 비용과 노력을 들여 마케팅을 전면적으로 할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대신, 지금은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만약 서비스의 질이 높아진다면, 자연스러운 바이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문제는, 그 의견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였습니다. 내 말이 제대로 전해지기를 바랐지만, 스피치의 역량 부족 탓인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대표의 태도였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분위기는 점점 싸해졌고, 그의 표정은 굳어갔습니다. 갑자기 그는 내 말을 끊고 자사의 화려한 비전과 그동안의 준비 과정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지만, 어느 순간, 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왜 나는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며 이 사람의 말을 듣고 있는 걸까?" 그리고 나서 나는 내 존재와 그 불편한 자리에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상당히 혼란스러워졌습니다. 현기증이 나는 걸 간신히 참고, 급히 아메리카노 한 잔을 비우고는 그 자리를 서둘러 빠져나왔습니다.
오는 길에 이기주의의 마음의 온도에서 읽었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귀고프다’는 말입니다. 저자는 타인의 모든 말이 내 것이 아니므로, 모든 말을 귀에 담을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말은 공감이 갔습니다. 좋은 말만 내 귀에 담고 살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처럼, 기분 나쁜 말이나 악플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중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 내 귀에 어떤 말을 가져올지, 그 말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할 수 있는 중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그 회사를 이끄는 리더라면 자기 자신이 모든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영국의 로얄 홀러웨이 대학의 데니스 투리시 교수까지 언급할 필요는 없더라도, 좋은 리더라면 자기반성의 중요성을 알고,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사실 20년간의 회사 생활을 통해 깨달은 점이 있다면, 귀를 닫고 잘 듣지 않는 리더들이 냉정한 자기인식이 어려워 과잉 자신감을 가지게 되며, 주로 무능한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런 리더는 무능함을 조직에 전염시키고 결국 위기로 몰아넣기도 합니다. 능력보다 과분한 자리에 앉은 리더들은 비켜서야 할 때를 알지 못해 오히려 길을 막고 서있을 뿐아니라 불가능한 목표나 허황된 비전을 제시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어 실패하게 만듭니다.
과잉 확신을 가진 리더는 부정적인 심리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부인, 납득하지 않고 용인하지 않는 형태죠. 서비스의 질을 이야기했을 때, 그 대표처럼 갑자기 자기의 그동안의 노고를 이야기하며 부정하는 태도처럼 말이죠,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남의 말을 듣지 않으며, 그 결과로 자기반성이 부족해집니다. 그와는 반대로, 자기반성과 목표 재설정이 가능한 리더가 되어야 뭘 해도 되는 가능성이 많아지지 않겠는지요. 그리고 나야말로 20년간 쌓은 경력을 무기삼아 때때로 자기발전보다 전문적인 능력을 인정받고 대우받고 싶은 욕심에 매번 인정투쟁에 목을 매진 않았나,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짧은 시간 동안 그 대표가 외부 전문가인 나의 의견을 듣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며, 그는 외부의 목소리조차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기에, 조직 내에서의 크고 작은 피드백 역시 듣기 어려워할 것이라는 예감도 들었습니다. 물론 타인에 의한 피드백은 언제나 불편하죠. 더군다나 리더는 자신이 유일하게 어른인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피드백이 없다면 리더십은 결코 성장할 수 없다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결국 중요한 것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며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점검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그 조직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경청과 동체일심의 마음으로 따라가는 것. 그것이 절반의 성공일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많을수록 내 말만 하고 싶고 듣고 싶은 말만 듣는 선택적 듣기가 만연하지만 그런 감정을 억제할 완벽한 방법은 사실 없습니다. 다만, 차라리 말을 삼키고 내 안에서 그 감정을 풀어내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득 예전 일이 떠오른 오늘 밤, 나는 침묵의 금요일로 마무리하며 한 번 더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여러분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