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평화와 자아 회복 : 공헌감
행복은 자기 가치를 이루는데서부터 얻는 마음의 상태다 - 아인 랜드
면접에서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어떤 경우에 본인의 일이 보람되었다고 느끼나요?"라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나는 주로 회사 내부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느끼는 로열티가 높아졌다는 대답을 합니다.
예전 회사에서 일할 때, 나는 일주일에 두세 번은 꼭 언론사, 대관 관계자들과 점심을 함께 하며 여의도나 서울시청 등을 오가곤 했습니다. 그날은 특히 피곤하고 힘든 일정이었지만, 회사로 돌아와 업무를 정리하던 중 한 엔지니어가 다가와 말을 건넸습니다. 그는 동종업계에서 우리 회사가 언론에 많이 언급된 덕분에 그의 가족들까지 우리 회사를 알게 되었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마침 인사팀장도 거들었습니다. 회사가 많이 알려진 덕분에 입사 지원자가 늘어 자기네 팀이 바빠졌다고요.
사실, 그때 느낀 기쁨의 크기는 내가 받은 어떤 상보다도 더 컸습니다. 내가 하는 홍보 업무가 내부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적은 인원으로 최대한의 효율과 성과를 내야 하는 스타트업이나 중견기업에서는 내부 직원들의 열정과 의욕이 정말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홍보는 회사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직원들이 자긍심을 느끼도록 돕는 중요한 도구가 됩니다.
하지만 그 일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회사의 홍보 담당자가 언론사나 대외 협력 관계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낸다고 해도, 회신이나 연락을 받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숱한 실패를 겪으며 조금씩 관계를 쌓아가야 했습니다. 그 과정은 마치 맨 땅에 헤딩을 여러 번 하는 것처럼 고통스럽고 힘들었습니다. 또한, 홍보 담당자로서 해야 할 일은 언론홍보만이 아닙니다. 고객사 마케팅, 홈페이지 관리, SNS 운영, 전시 홍보 등 여러 가지 업무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내가 알기로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탄탄한 중견기업들조차 홍보 인력이 단 한 명도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런 회사에 홍보 담당자가 입사하게 된다면, 예산도, 인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하므로 상상이상으로 업무 환경이 매우 열악하고 척박합니다. 가끔 예산이 생겨 유료 광고를 통해 언론과 접촉에 성공해도, 그것은 대부분 단발성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면 그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홍보 마케팅을 계속하는 이유는, 작은 불씨들을 살려 점차 회사의 인지도를 높여가는 그 짜릿함 덕분입니다. 회사의 기술과 역량이 알려지고, 내부 직원들이 자긍심을 느끼는 모습을 경험할 때마다 무척이나 큰 보람을 느낍니다. 내가 느끼는 공헌감은 단순히 업무를 수행하며 얻는 성취감뿐만 아니라, 나의 노력이 동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더욱이 특별합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정필 외의 저서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에서 다룬 국회 보좌관의 공헌감에 대한 부분이 떠오릅니다. 보좌관은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확인하고, 공직자로서 국민을 위한 공헌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즉, 국회의원을 위해 일하지만, 그 보좌관의 자부심은 결국 국민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논리는 홍보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홍보인은 회사의 대외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결국 내부 직원들과 대중이 그 회사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직원들의 자부심과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높아질 때 공헌감을 실질적으로 느낍니다. 홍보인의 공헌감은 단순히 눈에 띄는 성과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회사와 직원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더욱 깊이 느껴지는 것입니다.
얼마 전, 공직 사회 르포르타주 같은 노한동의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거짓말>을 읽었습니다. 저자는 공직자들의 이중적인 태도를 지적하며, 평소에는 공익의 수호자로서 권위를 내세우지만, 실제로 중요한 일을 해야 할 때는 정권, 국회, 여론의 뒤에 숨고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는 공직 사회의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그는 더 이상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자기방어적인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10년 간의 공직 생활을 접고, 이 거짓을 들춰내는 것만이 진정한 개혁의 첫걸음이라고 하더군요.
기시미 이치로의 <아직 긴 인생이 남았습니다>에서도 언급된 "인간은 살기 위해 일을 하고, 그 일을 통해 공헌감을 느끼며, 결국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낀다."의 ‘공헌감’에 대한 관점은 일하는 모든 이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일이란 결국 타자에게 공헌하고, 그로 인해 자신도 의미와 가치를 느끼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일하는 이로서 보람과 공헌감이 개인적인 성취감을 넘어서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 노한동이 공직 대신 글쓰는 이의 삶을 택한 이유가 더 이상의 무력감과 두려움 없이 의미와 보람을 찾기 위함이었다고 합니다. 같은 글쓴이로서 부디 글쓰기를 통해 자기 수용과 타자 공헌의 길에서 앞으로의 진정한 성취감과 행복이 가득하길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그리고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당신의 공헌감은 안녕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