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확립과 독립성 키우기 : 자립
독립할 마음이 없다면 아무것도 시작하지 말라. -쿠사카 키민도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25~39세 청년의 배우자 유무별 사회·경제적 특성 분석’에 따르면, 이 연령대의 경제적·정신적 자립심이 부족해 부모에게 의존하는 캥거루족 비중이 50.6%에 달했다고 합니다. 이제는 ‘캥거루족’ 대신 모래나 흙바닥을 파고 들어가 숨는 습성이 있는 자라를 비유로 든 ‘자라 증후군’이라는 표현도 등장했죠. 공자는 <논어>에서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고, 서른 살에 자립을 이루며, 마흔 살에 미혹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오늘날 우리 청년세대의 자립은 여전히 먼 길처럼 보입니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아들에게 수시로 반복하는 말이 있습니다. “대학 입학하면 입학금은 내가 대줄게. 그 이후는 네가 알아서 해라.” 고등학생이 되면 학원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예전보다 훨씬 비싸진 가격에 대비해 그에게 더 많은 공부량과 그에 맞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자주 말합니다. 그리고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부모가 얼마나 고생하며 일하는지, 그 과정을 절대 잊어선 안된다고 항상 이야기하죠.
얼마 전, 한파가 몰아치기 전에 아들이 자신만 두툼한 N사 패딩을 사지 않았다고 투덜대길래, 근처 아울렛에서 가격을 확인하고, 온라인에서 1~2만 원 더 저렴한 상품을 구입했습니다. 그동안 엄마와 아빠가 얼마나 힘들게 일을 하며 그 돈을 버는지,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었습니다. 아들이 귀 기울여 듣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바로 그것입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것이죠.
자녀에게 당연히 누리는 환경과 혜택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반드시 알려주는 것이 어른의 책임이라 생각합니다. 부모가 주는 사랑과 배려 역시 당연하지 않다는 점을 자녀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행복과 풍요로움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권리가 아니라, 때로는 운이 따르기도 하고, 부모의 노력과 희생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깨닫게 해야 합니다.
최근 중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전업자녀’와 한국의 캥거루족은 큰 차이를 보입니다. 전업자녀는 부모와 함께 살며 가사일을 돕고 일정한 금액을 받으면서 경제적 동반자 역할을 합니다. 반면, 한국의 캥거루족은 가사일에 참여하지 않고 부모에게 용돈을 받으며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전업자녀가 일종의 동반자가 될 수 있지만, 캥거루족은 오히려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캥거루족이라는 용어가 젊은 세대에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합니다. 집값, 전세 사기, 최저임금 등 현실적인 어려움도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성인이 된 본인이 누리는 모든 게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독립이 어렵다면 자립 정도는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자립과 독립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립은 지원을 받으면서도 타인의 힘이나 지배를 받지 않고, 스스로 일어서며 자신답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고, 독립은 타인이나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이루려는 마음가짐입니다.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명 농구 스타의 딸이 결혼 후에도 부모에게 모든 결정을 의존하는 모습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함께 살 때부터 거의 호텔 룸서비스급으로 모든 것을 챙겨주었고, 그만큼 자립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탓에 결혼 후에도 심리적인 독립이 어려웠을 것입니다.
어쩌면 자립하지 않는 이유는 상황적인 변수보다는 자립하려는 의지가 부족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녀가 받은 사랑과 도움을 되돌려줄 시점, 즉 성인이 된 후에는 부모가 그들에게 독립적인 삶을 살아갈 책임감을 느끼고, 받은 만큼 사회와 가족에게 돌려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캥거루족보다는 전업자녀처럼 부모와 경제적 관계를 맺고 가사노동을 분담하며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정도는 자연스럽게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몇 년 후, 나의 아들이 자립할 준비가 되어 있을지 궁금합니다.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지, 아니면 수포로 돌아갈지 모르겠지만, 설사 그에게 실망을 느낀다 해도 나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자립에 이어 독립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할 일들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언젠가 그가 부모 품을 떠나 뭍으로 엉금엉금 기어나올 다부진 자라가 될 것이라 믿으며, 오늘 밤엔 거북이 꿈을 청해보려 합니다.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