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평화와 자아 회복 : 객관화
자기합리화로 버티고 자기객관화로 나아가라 - 곽민수
혹시 아시나요? 『군주론』이 마키아벨리의 이력서였다는 사실을? 당시 최고의 권력자에게 권력을 유지하려면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었을 것이며, 이를 읽고 마음에 든다면 나를 써달라는 일종의 제안서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사실을 알기 전까지, 저는 마키아벨리가 실제로 존재한 지도자인 줄만 알았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죽기 전까지 취업을 위해 자신의 책들을 권력자들에게 보냈지만, 결국 원하는 자리는 얻지 못했다고 합니다.
마키아벨리가 권력의 정점에서 나라를 다스리며 『군주론』을 집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권력의 밑에서 보고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했기 때문에 이 책은 매우 객관적인 시각에서 작성되었습니다. 그 점이 『군주론』이 오백년 동안 고전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일 것입니다.
만약 마키아벨리가 권력의 최고 위치에서 이 책을 썼다면, 그 내용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을 것입니다. 권력자의 관점에서 쓴 역사라는 것은 왜곡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내린 모든 결정과 성과를 정당화하는 데 집중했을 테고, 그 결과는 현재의 역사와는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역사라는 것은 늘 이긴 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기술하기 마련이니까요.
마키아벨리는 권력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군주가 되어야 하고, 군주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백성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를 풍경화를 그리는 사람에 비유했는데요. 높은 곳에서 본 풍경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평지에서, 평지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높은 산 위에서 관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 발 물러서서 모든 것을 될 수 있으면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은《옵션 B》의 저자 셰릴 샌드버그는 회복탄력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최선의 방법은 다른 사람에게 평가를 부탁하는 것이라고 말한 부분이 떠오릅니다. 내면 깊숙이 자리한 감정을 외부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 회복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그녀는 말하죠.
회복탄력성은 개인이 역경에 어떻게 반응하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지에 관한 속도와 힘을 의미하는데요. 쉽게 말하면, 척추를 세우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지탱하는 근육을 강화하는 과정에 가깝죠. 스스로 척추를 곧추세우는 것보다, 그리하게끔 다른 근육들이 촘촘하게 받쳐주는 것, 생각해봅시다. 싸구려 위로보다 빌어먹을 길로 빨리 돌아가라고 저자에게 조언했던 직장 동료처럼, 자기 객관화는 대체로 스스로에게보단 타인에게 하는 말인 경우가 많습니다. "너의 현실을 직면하라, 네 주제를 알라"는 식으로요.
물론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중심이 있습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사회적 신분이 무엇이든, 각자 삶이란 전장 속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사람들이 존재하죠. 어떤 이들은 이와 같은 고통을 외면하며 "훌훌 털어버리고 빠르게 다시 일어나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또다른 이들은 상대의 아픔을 더 강하게 꼬집으며 처한 상황을 직시하게 종용할 수도 있겠죠. 다만 다른 사람의 처지를 통해 나를 들여다보든 다른 이들에게 이끌려 나를 보든 간에 자기 객관화로 나를 결국 이끄는 건, 나 자신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어느 리더십 전문가에 따르면, 영어 ‘lead’라는 단어에는 애당초 누군가를 이끄는 의미는 없다고 합니다. 이 단어의 인도유럽어 뿌리는 'leith'에서 왔는데, 그것은 문지방을 넘는다는 뜻입니다. 즉, 주도하는 건 내가 누군가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담을 넘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정답은 없습니다. 아마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기 객관화를 통해 현실을 받아들이고 헤쳐 나가는 것은, 우리 삶에 대한 진정한 리딩(leading)이자 진취적인 도전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리차드 로티의 《Contingency, Irony, and Solidarity》(우연성, 아이러니, 연대성)에서 나오는 한 구절로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세상을 묘사하는 최종적인 어휘는 없다. 옳은 단어는 우리가 상황을 더 잘 다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 우리 밖에 있는 객관적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자기 객관화에는 부디 과대주장이나, 부정적인 자기검열은 둘다 배제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져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