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에는 일고의 변명이 없다

자기 확립과 독립성 키우기 : 유능함

by 변한다

“바람과 파도는 언제나 유능한 뱃사람의 편이다.” -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


가나 초코우유, 그 맛있던 초코우유를 떠올리면 언제나 당이 당길 때마다 생각났습니다. 달콤하고 진한 그 맛만 있으면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았죠. 그런데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슬펐습니다. 게다가 노조와 협상 중에 희망퇴직 공문을 보내는 뒷통수까지… 알고 보니, 우유만 맛있을 뿐, 실망스러운 회사였더라고요. 문제는 바로 ‘무능’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몇 년간 전문 경영인 체제로 흑자를 유지했지만, 2세 경영으로 바뀌면서 쇠락하고 말았습니다.


참 희한한 일이죠? ‘2세 경영’, ‘3세 경영’이라는 말이 자주 언론에 등장하는 이유는, 아마도 내 것을 아무리 잘해도 남에게 맡길 수 없다는 불신과 혈연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정서가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 경영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윤 창출입니다. 딸린 임직원들과 그들의 가족들, 그리고 상장된 회사라면 주주들까지 생각한다면, 모두 함께 승리하는 해피엔딩을 맞기 위한 준비가 필요했어야 했습니다.


라종일 외의 <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에서는 리더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 해결할 문제와 관리할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리더는 나라를 이끄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회사의 경영자, 작은 조직의 관리자, 심지어 가정의 가장도 포함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별하려면 그럴 능력이 있어야 하고, 만약 그 능력이 부족하다면 다른 사람에게 적절한 권한과 책임을 넘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팀장이라면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의 저자 김경준은 사회생활에서 내공이란 ‘인과관계’의 핵심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간관계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바로 ‘인과관계’라고 강조하더군요.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상황을 꿰뚫어볼 수 있는 통찰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하겠죠.


예전에는 임원이나 상사들이 쉽게 성공한 사람들을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됐습니다. 아무리 ‘운칠기삼’이라도, 그 운이 다하고 밑천이 드러날 시점은 반드시 온다는 사실을요. 더 안타까운 건, 그 피해가 본인에게만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리더가 무능하다면, 그 아래 사람들도 무능한 인물들로 채워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를 설명하는 이론이 바로 로렌스 J. 피터의 피터의 원리(Peter Principle)인데요. 핵심은 조직 내에서 개인이 자신의 능력 한계에 도달하면 성과가 더 이상 개선되지 않거나, 오히려 저하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조직은 위기를 맞고 무너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리더의 무능은 곧 악순환을 일으킨다는 거죠. 문득, 10년 가까이 옭죄였던 사법 리스크에서 해방되어 이른바 본인의 2.0 시대를 조심스럽게 열며 세계적으로 사랑과 신뢰를 받겠다고 다짐한 어떤 회장님이 떠오릅니다. 10년도 전에 전 직장에서 그를 본 적이 있었죠. 그때, <낀세대 생존법> 공동 저자인 서서히 작가가 그에게 건네준 하얀색 면장갑을 받으셨던 그분의 환한 피부를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리더는 결핍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분에게 부족한 건 아마도 멜라닌 색소 정도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얼마나 무거운 어깨를 지고 있을지, 그 압박의 무게감마저 느껴집니다. 답은 하나죠. 믿음과 애정을 주는 회사를 경영하려면, 부와 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능력을 통해 주가나 실적으로 만천하에 당당히 보여주는 것뿐입니다. 정말 영겁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꼭 들어맞는, 감탄을 금할 길이 없는 ‘자기 실력에 기초하지 않은 권세나 명성만큼 믿을 수 없는 것도 없다’는 고대 로마의 역사학자 타키투스의 말을 제대로 증명해보이는 거죠. ‘자비도량참법’에서의 “천자가 노하면 만 리에 송장이 깔린다”는 말이 더 이상 현실에서 발현되지 않도록, 이 모든 것은 상황이나 운이란 변수보단, 리더의 무능에서 비롯된 비극임을 잊지 말아야 함은 물론 당연한 전제입니다.


사실 우리 많이 봐왔고 지금도 똑똑히 보고 있잖아요. 중국은 딥시크로 날아다니고, 미국은 America First로 전 세계를 위협하는데, 우리는 45년 전 답습한 혼란에서 아직도 허우적거리고 있으니 말이죠. 진짜 구시대적이고 별로인 대환장 파티는 이제 그만, 부디 재계에서만큼은 실력으로 명명백백히 승부하는 멋진 장면을 많이 보여주시길, 두손 모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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