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확립과 독립성 키우기 : 용기
스스로를 자유롭게 해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자신의 이익에 봉사함으로써, 완벽주의로의 퇴행을 통해 자신을 구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라 - <이기려면 뻔뻔하라>의 저자 조관일
“그런 책들 봐서 도대체 뭐 하세요? 돈이 나와요? 떡이 나와요? 시간 낭비하지 말고 부동산, 주식 같은 재테크 책이나 읽으세요.”
가끔 이런 말을 듣습니다. 한두 번 겪은 일이 아니지만, 마치 깨끗하게 닦인 유리창을 출입문인 줄 알고 얼굴을 들이밀다 쿵 하고 이마를 찧는 느낌처럼, 그런 충고를 받을 때마다 내 삶의 중심축인 독서를 고금리 적금이나 2025년 투자, 핫한 지역을 다룬 책으로 바꿔야 할지 잠시 고민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내 두 쪽귀는 세차게 팔랑거리며, ‘결국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책 읽기인데, 효율 좀 더 따지면 안 되겠니?’라고 마음 속 작은 속삭임이 들려오고, 그걸 놓치지 않으려 애쓰지요. 아니, 그깟 4캔에 1만1천 원짜리 맥주를 홀짝이며, 책 한 권이 내 어깨 넓이만큼 작은 책상 앞에서 내가 고른 책에 집중하는 시간마저 누릴 수 없다니요? 책에 대한 제 외사랑에 계산하고 재단하는 이 각박함 속에서, 솔직히 서운함이 밀려옵니다.
남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호기로움'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회사일보다는 주식 차트를 보는 데 올인하는 그 사람. 외유성 출장 때마다 어김없이 손을 번쩍 들며 늘 하던 말이 있었습니다. “저는 외벌이에 한 달 용돈 10만 원이죠.” 육아휴직을 하는 남자 직원을 보며 여유 많아서 좋겠다고 부러워하는 시선은 당연했고, 회식 때는 내 돈이 아니니까 비싸고 귀한 음식을 주문하자며 어린아이처럼 몽니를 부리기도 했죠.
불쌍함과 동정의 선을 교묘하게 넘나들며, 그 와중에도 본인 돈은 철저히 아끼고, 남의 돈도 아쉬운 만큼 귀하게 여겨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가 얼마나 뻔뻔했는지, 그의 속내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일찌감치 간파했을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어지간하면 저러겠어요?” 그를 조금은 얄미워했던 내가 표가 났는지 너무 팍팍하게 굴지 말라는 뜻밖의 충고를 전해 듣고, 깨달았습니다. 남에게 크게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면 내 방식을 고수하는 데 있어 사소한 일들에 신경 쓰지 않는 적당한 대범함과, 그만큼 내 취향의 책을 아무 설명 없이 당당히 읽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요.
사실, 내가 이 책 저 책을 가리지 않고 읽고자 하는 이유는 남들이 생존에 허덕일 때 여유를 부리거나 폼을 잡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내게 독서는 수많은 책 속에서 그 의미와 가치를 고르고 취하는 일이었고, 때로는 그것들을 버리고 덜어내는 과정이었습니다. 내 삶을 더 효과적으로 살기 위한 도전이자 생존의 방법이었죠. 그것이 바로 나만의 재테크였던 셈입니다. 마치 전례 없는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얼음 꽝꽝 넣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고집하는 그 결연한 마음이 내 안에 탑재되어야만 비로소 가능하다는 걸,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용기는 위대한 자질의 첫 번째이다. 왜냐하면 용기 없이는 다른 자질을 계속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윈스턴 처칠의 말을 보면, 삶이란 각자에게 중요한 것을 알아가고, 소중한 것을 지키며, 나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맞서 싸우는 긴 여정이 아닐까요? 우리는 그 여정의 단면인 어쩌면 두둑한 배짱이나 주눅 들지 않은 단단함일지도 모르는 것을 두고 몰염치하느니, 이기적이라고 쉽게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단 한 번뿐인 인생, 좀 더 의미 있게, 나답게 존재 이유를 증명하며 살아가려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나만의 뚝심, 용감무쌍함, 담대함은 꼭 갖춰야 합니다. 호기로움과 존재의 이유 사이에서 여러분은 과연 지금 어느 위치에 계시는지 궁금해지는 어느 2월의 고요한 오후입니다.
PS. 그 호기로운 오빠께
저도 오빠를 거울삼아, 남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양한 책들을 섭렵하여 벌써 세 권의 책을 저술하게 되었네요. 그동안 꽤 돈을 모으셨을 것 같은데, 부디 주위 사람들과 함께 행복을 누리시며, 어디에 계시든 무탈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