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하고픈 매일의 밤

자기 확립과 독립성 키우기 : 고독

by 변한다

누구든 자신을 제대로 알지 않고서는 진정으로 위대해질 수 없다. 우리는 일시적 은둔을 통해서만 자신을 파악해 낼 수 있다. - 요한 게오르크 치머만

퇴근 후나 운동 후 혼술의 시간이 늘어가면서, 그 변화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줍니다. 10년 전만 해도 퇴근 후 동료들과의 술자리가 일상적이었고, 무엇을 먹을지, 어떤 술을 마실지에 대한 메신저 대화가 오후 늦게부터 이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대신 혼자만의 시간을 찾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죠. 코로나19라는 외부적 상황도 한몫했지만, 그동안 변화한 제 삶의 방식은 마치 내적 성찰을 위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나가키 에미코의 『인생은 혼술이다』에서 혼술을 "맨몸으로 혼자 세계와 마주하는 경험"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쓸쓸함에 굴복하지 않으며 외로움과 마주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나에겐 혼술이 단순히 술을 마시는 행위가 아니라, 내면의 자신과 마주하는 중요한 의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나만의 생각과 감정을 고요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혼술을 시작했을까요? 아마도 2007년 여름, 일본 교토 여행에서였을 겁니다. 동행한 친구는 다른 이와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고, 나는 혼자서 곳곳을 잘도 누볐습니다. ‘혼자서도 참 잘해요.‘ 하며 쓰담쓰담 내 자신을 칭찬하면서 오코노미야끼에 생맥주 두 잔을 연거푸 마셨던 그 쾌감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때, 혼자 술을 마시면서 처음으로 나와 정면으로 똑똑히 마주했습니다. 낯선 곳, 낯선 분위기 속에서 술 한 잔을 기울이며, 나 자신을 비추는 마치 거울놀이 같았죠.


혼술의 이유는 단순히 술을 마시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갖기 위함입니다. 즉, 고독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고독은 단순히 외로움이 아니라, 스스로의 내면과 마주하는 지적인 상태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사회적 의무와 기대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근대 고독 담론의 선구자 요한 게오르크 치머만은 고독이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고독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자신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독은 더 이상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가져야 할 순간입니다.


하지만 고독을 누리는 시간은 쉽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집이나 회사에서 쉽게 고독을 찾을 수 있는 순간은 오히려 드물죠. 자유의 시간은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술을 곁들이든, 음악을 틀거나 명상을 하든 그 방식은 각자의 취향에 맞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내 경우 주로 아이가 잠든 늦은 밤을 기다려 고요하고 평안한 시간을 반드시 갖고자 애씁니다. 그 시간은 고독을 통해 내가 모처럼 해방되는 시간입니다. 김현승 시인의 시 <고독한 이유>에서처럼, 고독은 군중 속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자유를 찾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고독을 두려워하고 피하려고 합니다. 술자리가 끝날 때 혼자 남겨지는 상황을 어색해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술을 마시기 위해 애쓰기도 하죠. 고독은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마도 고독을 마주하고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가짐과 고독을 누리는 연습 둘다 필요할 것입니다.


노명우의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에서 말한 것처럼, 혼자 있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은 자기밀도가 확실한 사람들입니다. 맞습니다. 해보니 혼자의 시간을 통해 우리는 밀집된 삶 속에서 놓쳤던 나의 내면을 되돌아보며, 더 깊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고독 속에서 나는 내면이 단단히 하고, 더 나은 나를 향해 나아가게 됩니다. 요즘처럼 마음이 복잡하고 머리 속이 뒤죽박죽일 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와인 딱 한잔에 온전히 나를 느끼고, 그 속에서 나만의 사유의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그 후 자는 잠은 아마도 더 달콤할 겁니다. 여러분도 굿 드림.


keyword
작가의 이전글호기로움과 존재의 이유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