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확립과 독립성 키우기 : 단호함
“네가 네 원칙을 지키고 싶은 것만큼 사람들을 어여삐 여겨. 그러지 않으면 네 단호함이 사람들에게는 무섭고 낯설게만 느껴질게다. 쉽지 않지! 단호하게 하는 것과 융통성 있게 하는 것! 하지만 너는 할 수 있다. 조금만 여유를 가져.”
이 대사는 드라마 <대장금>에서 어느 상궁이 생을 마감하기 전, 강직하고 성품이 바르지만 너무나도 완고한 동료를 걱정하며 남긴 말입니다. 단호하면서도 융통성 있게 행동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둘 다를 추구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저는 차라리 융통성보다는 단호함을 택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정언명령만 우선적으로 지켜도 충분히 단호해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인간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칸트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은 바로 ‘정언명령’입니다. 쉽게 말해, 내가 싫으면 남도 싫고, 내가 사람이라면 염치를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도리를 지키는 것, 그것이 바로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적, 나는 조언과 참견을 정말 싫어했습니다. 그때 나는 ‘누구도 나에게 말을 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제, 그런 내가 아들에게 잔소리 융단폭격을 퍼붓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는 각종 핑계와 미사여구를 총동원해 나의 내로남불을 합리화했습니다. ‘모성’이라는 이유로 어물쩡 넘어가라는 것은 정말이지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계속하는 건 참 뻔뻔하고, 낯 두꺼운 일이죠.
고등학교 시절, 나는 공부에 집중하지 않고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법조인의 꿈을 일찌감치 세운 친구가 있었는데, 그는 나에게 ‘정신을 차리고 공부하라, 그렇지 않으면 후회한다.’고 다독이곤 했습니다. 며칠 전, 갑자기 그 친구의 근황이 궁금해서 검색해봤더니, 그는 정말로 꿈을 이뤄 일찌감치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경찰 조직에서 일하고 있더군요.
이제 내 짐작은 더욱 사실로 증명되어 요즘 갈수록 잔소리가 더합니다. 아이가 나와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싫어하고, 그의 모습이 주눅이 든 채 나를 피할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나는 어렸을 때 공부에 집중하지 않았던 후회와 반성을 아이에게 투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하지 않았던 것들을 이제는 그가 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통을 느낍니다.
‘내 배 아파서 낳은 자식도 결국 남이다.’라는 말을 떠올렸습니다. ‘타인을 이용하지 말라’는 칸트의 정언명령은 내가 나를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지 말라는 단호함을 실천하라고 요구합니다. 내가 내 아이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이와의 관계를 위해서 내 자신을 위해서 결단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김병완은 『부의 5가지 법칙』에서 결단력을 습관으로 기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결단력은 단순히 성격이 아니라, 꾸준한 실천과 훈련을 통해 길러지는 능력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결단력이 부족하다면 그것은 습관이 덜 형성된 결과일 뿐이고, 이를 극복하려면 수양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이제, 나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숨을 들여내쉬면서 들던 생각을 잠시 멈추고 조금 더 나에 집중하려는 단호함을 가지려 합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이의 현재가 아닌 내 미래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며, 아이에게 지난 날 나의 후회와 아쉬움을 투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더 이상 아이를 위한다는 변명을 하지 않기로 단단히 결심했습니다. 결국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주고, 내가 그에게 조언을 넘어서서 강요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밤늦게 학원에서 돌아오는 아이의 다리를 주무르며,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