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가 만사

내면의 평화와 자아 회복 : 존재감

by 변한다

친절한 말은 짧고 하기 쉽지만, 그 울림은 참으로 무궁무진하다. - 마더 테레사


먼저 이 글을 쓰는 데는 모티브가 된 선배가 있습니다. 대학생 시절, 나는 모 신문사에서 대학생 인턴 기자로 일하게 되었고, 그때 만난 선배는 2005년, 내가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딱 하나의 조언을 주었습니다. “인사는 만사니, 누구에게나 정중히 인사를 하라.” 바로 ‘인사’였습니다. 별 거 아닌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안녕하세요. 수고 많으십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만큼은 그때부터 절대 빼먹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심지어 집 앞 편의점에 가서 막걸리 한 병을 사러 갈 때도 이 인사를 꼭 하며 나는 어느새 인사를 매우 잘하는 ‘인사 머신’이 되어버렸습니다.


깊이 생각해보면, 인사는 단순히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행위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나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인정받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내 경우 인사를 통해 ‘내가 여기 있음을 증명한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내가 누군가에게 인사를 건넬 때, 상대방이 그 인사를 받지 않거나 무시한다면, 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이런 생각은 제가 겪은 몇 가지 경험에서 비롯되었는데, 그 중 하나는 지방 공무원 임기제로 근무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내 상사가 임기를 마친 후 내 경우 2개월 정도의 공백기가 있었는데, 그동안 상사와 함께 일했을 때는 내게 살갑게 인사를 했던 사람들이, 상사가 퇴직한 이후로는 나를 지나치거나, 나의 인사를 받지 않거나, 심지어는 내 눈을 피하기까지 하더군요. 아마도 그들은 제가 이미 상사와 함께 떠났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내 존재가 불편했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고, 그들이 내 존재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인사 머신인 나는 인사를 계속해서 건넸습니다. 그건 내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이었고, 그들에게 받아들여지든 말든 상관없이 내 마음속에서 역할을 다하고자 했습니다.


그렇게까지 ‘꼭 인사를 꼭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굳이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사를 통해 ‘나는 아직 여기 있어요.’라고, 내 존재를 알리고자 했습니다. 이건 단순한 예의 차원을 넘어, 내 존재를 확인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내 인사를 받지 않거나 나를 무시한 사람들에 대해 내 감정이 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오롯이 나의 문제일 뿐이죠.


더군다나 인사를 굳이 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를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는 법, 그들이 인사의 의미를 이해할 때까지 요구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을 테니까요. 내 존재를 알면서도 나의 인사를 받지 않는 이들에게 크게 상처받지는 않지만, ‘밤새 안녕’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우리가 서로를 좀 더 존중하며 인사하고, 그를 통해 잠깐이라도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떤 이는 산에서 만나는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는 것도 하늘에 선업을 쌓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하늘에 선업을 쌓기 위해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즐겁게 인사를 하는 것이죠. 요즘처럼 도가 넘치게 거친 언어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가슴 속에 선한 언어 하나쯤 품고 있어야 합니다. 그때 ‘안녕’이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오르면 좋겠습니다. 이 작은 인사 속에 담긴 마음이 결국 우리의 행복과 평안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분명히 믿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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