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바보를 아십니까
자기 확립과 독립심 키우기 : 일관성
최고의 지성이란 서로 상반되는 생각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면서도 행동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다. - F. 스콧 피처제럴드
어디서 본 적 있으시죠? 주변에서 이미 말, 행동을 한 후에 뒤늦게 수습하면서 스스로 합리화하는 이른바 인지 부조화 현상. JMS와 아가동산, 오대양 사건과 만민중앙교회 등을 추적한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를 참 인상 깊게 봤는데요. 특히 한 친구가 떠올라 더욱 몰입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경제적, 지적 능력 등 모든 면에서 내가 따라갈 수 없을정도로 뛰어나 그의 삶의 방식에서 나는 많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재테크를 잘해 일찌감치 자기 명의로 된 집도 있었고, 퇴근 후 자기 계발도 게을리 하지 않는 편이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에게서 이상한 소문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누구를 만나러 다니고, 그와 함께하는 사람들과만 어울린다고 했습니다. 몇몇 친구들은 그와 더 이상 연락을 원치 않게 되었죠. 알고 보니, 그 친구는 어느 종교에 빠져들어 열정적으로 전도 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와 연락이 두절되고 몇 개월 흐른 후 만나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나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거 같아서 전화조자 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 똑똑한 친구가 이단 종교에 빠지다니!’ 믿기 어려운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는 뒤늦게 정신을 차렸지만, 빠져나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신도들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인해, 이른바 오류를 바로잡기보다 생각을 바꿔버리는 이른바 ‘인지부조화 이론’에서 말하는 심리적 방어 메커니즘이 작용했던 거죠. 즉 자신이 믿었던 것을 지키기 위해, 그는 내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기 때문에 자신을 더욱 고립시켰고, 믿음을 강화한 결과 종교를 탈출하는 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인지부조화는 우리가 믿고 있는 것과 실제로 겪는 경험 간에 불일치가 발생할 때 생기는 불편함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이 불일치를 제거하려는 본능적인 경향이 있으며, 그 과정에서 때로는 현실을 왜곡하거나 외면하는 방어적인 행동을 하게 되죠. 예를 들어,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만 만나거나 나처럼 입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은 아예 차단하는 식으로 신념을 고수하게 됩니다. 실제로, 그 친구는 한동안 나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를 끊었고, 심지어 가족들과도 일체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인지 부조화는 종교적인 문제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기 위해 언제든지 현실을 왜곡하거나 무시하려는 경향은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일관성입니다. 자신의 신념이 행동과 견해와 일치하는지 살펴보고, 불일치가 생겼을 때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만약 그런 노력이 없다면, 결국 인지부조화는 더욱 확대되어 더 큰 갈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신에게 맞는 것만 선택하게 되면, 결국 우리는 한심하게도 똑똑한 바보가 될 수 있습니다. 고정된 사고의 틀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왜곡된 모습만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똑똑한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개방적 태도가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진정한 일관성과 정신적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인지부조화 자체는 심리적 불편함과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이걸 어떻게 다룰지는 각자의 선택입니다.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운동을 통해 마음을 가라앉히고, 어떤 사람은 명상이나 자기 성찰을 통해 마음을 챙깁니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 챙김을 하여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운동화 끈을 질끈 묶고 냅다 뛰어야 할 각오도 필요합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심리적 부조화를 관리하면서,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겠죠.
나부터 잘못된 걸 끝끝내 정신으로만 승리하는 어리석은 시간을 보내지 않으려고 내일 도서관 문 열자마자 책보러 가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