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확립과 독립성 키우기 : 근성
포기하지 마라. 절망의 이빨에 심장을 물어 뜯겨본 자만이 희망을 사냥할 자격이 있다. - 이외수
얼마 전, 한 외국계 투자법인에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홍보에 필요한 역량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망설임 없이 이렇게 대답했죠. "첫째도 근성, 둘째도 근성, 셋째도 근성." 대기업의 홍보는 그 자체로 명성과 이름값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기자나 관련자들에게 접근하기가 비교적 쉬운 반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그 상황이 다릅니다. 인지도가 부족하면 아무리 콜드메일을 보내도 답을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종종 무시당하기 일쑤죠. 처음엔 그 현실이 매우 스트레스였지만, 점차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이를 '퇴직 전 연습'처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무슨 말일까요? 예를 들어, 유명한 회사의 관리자라는 타이틀을 떼고 나서도, "과연 나는 나로서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자는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팔 수 있을까?, 어떻게 사람들을 설득하고 끌어들일 수 있을까?” 이 질문을 업무에 적용한다면, 우리 회사의 기술과 상품을 어떻게 홍보하고, 투자자들을 유치하며 상장까지 이끌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무리 거절당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밀고 나가는 끈기입니다. 결국 이때 필요한 건 바로 '근성'이죠.
또한, 1부터 100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서 책임지고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는 데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근성'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자들에게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하려면, 기술 인력에게 귀찮을 정도로 질문을 반복해야 하죠. 말처럼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호의적인 사람도 있지만, 일부는 쉽게 정보를 주지 않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과정을 지나쳐서 회사의 기술과 상품을 이해한 대로 홍보 자료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게 되는데, 이때 중요한 건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무심한 마음가짐입니다. 어떤 일이 잘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죠.
그리고 또 하나, 근성이 중요한 순간은 바로 대표들이 회사의 성공을 세상이 반드시 알아주기를 바랄 때입니다. 이를 설득하는 일은 또 다른 도전이죠. 유명 매체에 실리기 매우 매무 어려운 현실, 특별한 스킬이 없다면 쉽게 잊혀질 수 있다는 점을 이해시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때 감정을 억누르고 차분히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근성'입니다.
문득 카사노바가 떠오릅니다. 그는 40여 권의 저서의 저술가로 유럽 대륙을 누비며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전설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말년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고국 베네치아에서 추방당해 오랜 망명생활을 해온 그는 어느 백작의 후원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가며 때론 하인들의 가혹한 따돌림과 경멸을 이겨내면서 회고록을 썼다고 합니다. 그의 이야기는 결국, 내가 나 자신을 믿고, 주변을 다 내려놓고 오롯이 나로서 승부를 걸 때 비로소 자유를 느끼고 비로소 내 것을 찾을 수 있다는 교훈을 남깁니다.
그래서 그 전까지는 근성과 끈기를 바탕으로 어쨌든 살아남아야 합니다. 쉽게 물러나지 말고, 상처받지 않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야 합니다. 천하의 여심을 사로잡았던 그가 말년에 도서관의 사서로 일하며 자신의 언어로 묵묵히 책을 쓰던 모습을 떠올리며, 나도 한 회사의 홍보를 하는 사람이라는 벽을 넘어, 내 자신이 하나의 브랜드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꾸준히 쓰고, 강연과 북토크에도 참여하며,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죠. 이런 노력 덕분에 기자들이나 관계자들이 나와 회사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경우도 종종 있어, 참 다행입니다.
결국, 오늘을 최고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길은 오늘 일어나는 변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혹시 “나 때는...”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면, 그것은 “나는 그때나 어울리는 사람이다.”라고 스스로 증명하는 모습일 수 있습니다. 완장과 명찰을 떼고 홀로 서서 본연의 나를 위한 연습을 먼저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 살아남기 위한 첫걸음을 지금부터, 조용히 렛츠 스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