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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심과 이타심, 그 경계에 대한 생각

내면의 그림자와 마주하기 : 이기심

by 변한다

우리는 이성적인 존재라기보다는 상상, 격정, 자기 의지 또는 이기심을 내세우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이해관계에 있어서는 실용적이고, 다른 사람들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이상주의자가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칼릴 지브란


아이의 고등학교 셔틀버스 동선이 이미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0분 거리에 있는 지역에서 몇 명을 더 태우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투표가 채팅방에서 열렸습니다. 출근 시간의 교통체증으로 인해 아이의 등교에 어려움이 생길까 걱정되었지만, 나의 아이보다 더 먼 곳에서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이 셔틀버스를 타면 통학의 수고를 덜 수 있겠다는 생각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그런데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이 상황을 통해 문득 드는 생각이, '더 이상 나누거나 애쓰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과연 이기적인 것인지였습니다. 요즘처럼 삶이 점점 더 팍팍해지면, 손톱만큼도 여유가 없어서 다른 사람에게 내 마음을 나누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그럴 때 '먼저 나를 챙기고 나를 우선시하는 것이 이기적인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고, 그것이 과연 나쁜 것이고 비난할 만한 건지 궁금해졌습니다. 사전에서 이기심을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마음’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만’을 빼면, 그다지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최태현의 『이타주의자 선언』에서는 지금 힘들다면 마음껏 이기적이 되어보라고 말합니다. 마음이 불편해질 때까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때까지, 그리고 그 지점을 알게 되면 우리가 어디서 멈춰야 할지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나를 잘 아는 이기심이야말로 이타심의 출발선이라는 뜻입니다. 나를 제대로 알면, 내 이익을 도모하면서도 그것이 타인을 위한 마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입니다.


‘저 사람에게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또는 ‘선량한 척’하기 위해서 마지못해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나에게 솔직하지 않은 것이고, 결국 내 마음을 넘어서는 주제넘은 행위입니다. 그 마음이 진정으로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그리고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모르겠다면 그것은 진정한 이타심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결국 이기심과 이타심의 기준은 각자가 찾는 것에 달려있습니다. 내가 내 심리적 결단을 내린 만큼, 그 선택이 진짜 옳은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모든 중생이 스스로 존재성을 유지하려고 이기심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이기심은 ‘이양심(利養心)’으로도 불리며, 이는 자신을 기른다는 의미입니다. 이기심을 자신을 성장시키고 존재하는 의미로 바라본다면, 그 어감은 꽤 긍정적이고 의미 있게 들리기도 합니다. 즉, 착하게 보이고 싶어서, 또는 마지못해 이타적이 되려는 것보다, 내가 진정으로 나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이기적인 것인지 헷갈려 주저하는 분들께, 이기심보다는 이양심을 사용하는 것부터 적극 권합니다. 남을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이나 도덕적 의무 때문에 도와야 하는 강박에서 보다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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