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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당신은 나의 동반자

내면의 그림자와 마주하기: 불안

by 변한다

불안은 그 불안 자체가 자기를 뒤흔들지 않을 정도로 자기를 키우는 수 밖에 없다 - 최진석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이는 좋은 기회를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뜻하는 말입니다. 최근에는 주식, 부동산, 그리고 비트코인 같은 투자 분야에서 이 증후군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다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뭔가를 쫓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도 그 속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것이죠.


한 해외 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포모 증후군은 다섯 가지 성격 유형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솔직함, 성실함, 외향성, 친화성, 그리고 신경과민성인데, 신경과민성을 제외한 나머지 성격들은 긍정적인 특성으로 분류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건전한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 예민한 기질을 가지고 있을 경우 포모 증후군에 쉽게 휘말릴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맞습니다. 저 역시 외향적이고 활달한 성격을 가지고 았어 그런지(?) 포모 증후군을 경험하곤 합니다. 업무상 SNS를 자주 사용하다 보니,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어떤 점에 집중하는지 자연스럽게 살펴보게 되는데요.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아는 정보는 나도 알아야 하고, 그것을 모르면 뒤처지거나 소외된 기분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짬이 날 때마다 수시로 핸드폰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하죠.


그 초조함을 숨기려고 무진장 애쓰기도 합니다. 온갖 불안과 걱정, 염려가 덕지덕지 붙은 나를 감추기 위한 일종의 가면 같은 걸 몰래 준비하곤 하죠. 왜냐하면 덩치에 맞지 않게 대범하지 않고 예민하다는 이야기를 정말이지 듣기 싫었거든요. 나만 그런가 하고 생각했더니, 그게 아니더군요. 영화 파묘의 장재현 감독이 모교 졸업식에서 말한 것처럼, 변호사나 의사 등 주변에 여러 친구들이 하나같이 불안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불안과 평생 같이 산다는 것이 정상이라고요.


그렇다면 부득이 불안과 함께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단순히 불안감을 숨기기 위해 수시로 가면을 쓰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전홍진의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에서는 예민성을 잘 조절하려면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예민한 감정의 끝에 다다르면 잠시 멈추고, 스스로를 풀어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지난한 과정이 없다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와 같은 심리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을 넘지 않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감정을 잘 보존하고 살펴보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불안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내가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 혹은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후 김경일의 『심리 읽어드립니다에서 제시한 일종의 ‘불안 쪼개기’에 돌입하는 거죠.


예를 들어, 내가 오늘 a4용지 한 장짜리 에세이를 꼭 써야 한다면 100% 쓸 때까지 계속 질질 끌면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80% 정도만 쓰고 좀 쉬다보면, 20%는 금방 쓴다는 거죠. 이처럼 목표들을 잘게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불안을 조금씩 덜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즉 불안할 때마다 불안의 이유를 잘 알고 불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없는 것을 나누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서 소분해 계획해보는 거죠.


불안은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그것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기고 위축될 필요는 없습니다. 불안하고 초조하다고 해서 가면을 쓰는 데 급급하거나 창피할 필요도 없습니다. 불안을 인정하고, 그 감정을 들여다보며 잘 다루는 법을 배우다 보면, 점차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게 될 것입니다. 각자의 플레이그라운드에서 잘 관리된 불안과 초조가 당당히 우리 삶의 동반자로 하루 빨리 자리잡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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