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사색
어떤 일 또는 행위에 투자한 비용, 시간, 노력 등이 아까워서 더 큰 손해를 입을 확률이 커도 포기하지 못하는 현상, 하노벡의 <부자들의 생각법>에서 매몰비용의 오류를 보고 피식 웃음이 났다.
고백하건대 나의 호기로움으로 인해 책들을 구매했다가 내 작은 책장에 고이 모셔둔 지 한 몇 개월 후 반쯤 읽다가 도저히 안되겠다고 절독을 선언한 게 수차례. 당신은 여기서 더 시간을 묵히고 에너지를 투자해서 읽기를 끝내겠는가. 아니면 중단하겠는가.
본전을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독서를 마치겠다고 답할지도 모른다. 근데 말이다. 내 아까운 시간과 에너지 투자가 실패할 확률이 크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지금까지 얼마나 들였던 간에 중단해야 한다. 즉시 온라인 도서중고매장에 등록하는 게 맞다.
밍기적거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잃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책을 영접할 기회마저 날아가고 늦춰진다. 이미 잃고 없어진 내 시간과 에너지에 집착하는 성향을 버리지 않는 한 우린 진정한 독서광이 될 수 없다.
매사 단호하고 뒤끝 없는 나도 가끔 이상할 때가 있다. 얼마 전에 중고로 판, 반도 채 읽지 않은 책 한 권이 생각난다. 648쪽의 두툼한 아비지트 배너지의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그래서 혹시나 도서관에서 대여할 수 있는지 찾아본다.
미련하다. 이미 끝난 일에 쓸데없이 마음을 쓰고 괴로워하지 말자고 다짐하건만 계속 머리 위에 둥둥 떠다니네. 내 손으로 사고 내 손으로 떠나보낸 책 한 권에도 이런데, 설령 재미로도 경마나 카지노는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 다짐 또 다짐한다.
자기를 잘 아는 자들은 본인의 한계를 분명히 안다. 적어도 무비판적인 낙관주의에 취해 이것 저것에 손대고 관심 갖는 자기 소모는 줄이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가도 논외는 있다고 본다. 바로 책
’책은 도끼다‘의 광고인 박웅현은 인문학의 중요성을 밥맛에 비유했는데, 인문학을 한다고 해서 밥이 나오지는 않지만 5천원짜리 찌개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하더라. 그래 바로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읽고 있는 이 책이 보약이고, 맛있는 밥이다.
이 태도의 변화가 독서하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그때 그때 달라요.‘ 줏대없이 대충 사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담긴 궁극적인 목적은 카르페디엠, 지금 이 순간 내가 읽고 있는 책에 전력을 다하면 되는 것
매몰비용의 오류나 본전 따윈 신경쓰지 않는 오직 현재의 독서, 요즘 유행하는 말로 “추앙하라.” 조건도 거래도 없이 재지 말고